우리는 늘 말을 한다. 매일 누군가에게 명령을 하고 또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특별한 대화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낯설고 배워야 할 필요조차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는 것을 보면 어떤 말은 천 냥이 넘는 값어치가 있고 어떤 말은 오히려 화를 부르는 경우가 있으니 대화법이 중요하긴 하다. 특히 자녀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막고 중요한 일을 하도록 명령하고 통제하다 보면 부모의 말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답답할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고 새로운 대화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인의 사고로 대화를 하는 부모는 자녀가 초등학생이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그들의 사고수준을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특수학교 교사가 되려는 제자들에게 가르칠 때도 대화법을 가르친다. 지적장애가 있거나 아직 성인의 인지수준에 이르지 못한 13세 미만의 일반아동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화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13세를 잡은 이유는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피아제의 이론에 의해 대충 그 시기가 지나야 성인의 인지수준과 비슷하게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자녀를 아무리 오래 붙잡고 설명을 하더라도 추상적이고 복잡한 내용은 이해를 못한다.
자녀에게서 원하는 행동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기본을 가지고 다음의 요인들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자녀에게 요구하고 싶은 많은 행동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중요한 몇 개를 선택해야 한다. 감정도 없고 스스로 원하는 것이 없는 로봇이기 전에 부모가 원하는 모든 행동을 말하는 대로 자녀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최대한 자녀의 의지를 인정하고 자유로움을 허락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는 기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선순위를 통해 꼭 지켜야만 하는 그 몇 개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자녀와 대화를 할 때는 이름을 불러 먼저 완전한 관심을 가지고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녀가 놀이에 집중해 있을 때 그냥 지나가듯이 말을 하는 것은 잔소리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녀가 대화를 시도할 때도 부모는 하던 일을 중지하고 자녀의 말에 집중해야 한다. 대화에 집중을 해주지 않으면 자녀는 대화의 중요성도 모르고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대화를 하려면 양쪽이 하던 일을 멈추고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어린 자녀와 지적 장애가 있는 자녀에게는 한 번에 한 가지 명령만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치우고 숙제를 끝내라”라는 말은 두 가지 명령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방을 치우는 것도 여러 단계의 복잡한 일이라는 것이다.
책이나 장난감을 치우는 것부터 널려 있는 옷을 집어다 세탁기에 넣는 것이나 청소기를 돌리는 것까지 여러 가지 명령이 들어 있다. 숙제를 하라는 명령도 아동의 능력에 맞게 책을 펴고 컴퓨터를 켜는 것과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하는 복잡한 과제이기 때문에 한 가지씩 명령하고 각 단계에 필요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명령의 숫자를 줄인 대신에 한 번 부모가 명령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명령을 한 것은 반드시 지키도록 확인하는 것이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명령을 주위집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없이 하다보면 자녀는 부모의 말을 무시하게 되는 경험을하게 하고 그때부터 부모는 부모대로 대화에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고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의 잔소리를 귀찮아하는 비효율적인 대화의 굴레로 들어가게 된다.
기초 대화법의 가장 먼저는 명령의 수를 줄이고 부모의 말을 꼭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고 가장 끝은 당연히 아동의 행동에 대해 구체적이고 진실한 칭찬과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효선
<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