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어지럽다.
한인은행 최대 규모의 합병발표 후유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다소 심각하다는 느낌이다.
발표하자마자 직원감축 논란이 일더니 한 달도 안 돼 중앙은행 유재환 행장이 퇴진했다. 일 대 일 통합이라고는 하지만 인수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는 중앙은행 중간 간부들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독국에 합병승인 신청도 안한 상황에서 악재만 터져 나오고 있다. 두 은행 모
두 감독국 제재 상태에 있긴 하지만 그동안 경영상태가 양호했음을 감안할 때 감독국 승인을 받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합병을 해서 규모 큰 은행이 됐다고 해서 다 성장을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합병이 성사된 후가 더 문제다.
첫 번째 생각해야 할 점은 사람이다.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합병하면 자산 52억달러, 자본금 7억달러 규모의 대형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담보 대출의 경우 이론상(25%) 한 건에 1억7,500만달러가 나갈 수 있고 무담보(15%)의 경우도 1억달러가 나갈 수 있다.
이런 규모의 은행이 담보에만 의존하는 부동산 대출만 할 수도 없고 20~30만달러짜리 리커, 마켓 대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큰 은행과 경쟁을 해야 되고 그렇게 하려면 적어도 1,000만달러가 넘는 현금 유동성(Cash flow)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대출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한인 은행원으로서 이같은 비즈니스 대출을 심사하고 수행할 전문 인력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점은 처음 합병을 추진했을 때 감독국에서도 우려했던 점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비록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BOA나 웰스파고, 이스트 웨스트 뱅크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이자율 등 가격(Pricing)이 문제다.
현재 수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부분의 한인 기업가들이 외국 은행으로 몰리는 것도 바로 Pricing과 서비스 때문이다. BOA, 이스트 웨스트 뱅크, HSBC 등 대형은행의 한인 커뮤니티 공략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이다. 합병은행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금융시장이다.
한인사회의 경기침체가 언제 풀릴지 불투명하다.
큰 은행을 만들어 놓고 시장이 좋지 않아 예금과 대출이 원활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한인은행의 경우 고객의 80%가 아직 한인들이다. 최근의 경기침체를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인경제가 안 좋다고 무조건 외국인 직원을 고용, 타인종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최근 일부 한인은행의 외국인 대출이 문제가 된 것은 좋은 예이다.
한인사회에 큰 은행이 탄생해 큰 규모의 대출을 하고 한인경제를 리드하는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이같은 지적이 합병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질 까 우려도 된다. 그러나 두 은행의 합병이 혹 ‘합병을 위한 합병’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두 은행이 수차례 합병을 시도했다가 극적인 합의로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 합의가 자칫 합병성공으로 착각될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인수합병(M&A)에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수식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끝이 반이다’라고 지적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들의 인수합병 중 72%가 실패했으며 20%는 합병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 ‘그저 그런’ 합병으로 나타났고 오직 8%만이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합병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