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묘년에 띄우는 염원

2011-01-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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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갈수록 느낀다. 지난 2000년, 세계가 요란한 축제 속에서 새 천년을 맞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1세기의 첫 10년이 역사 속으로 흘러갔다.

새해를 맞으니, 우선 마음이 새로워져 기쁘다. 새해가 왔다는 것은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는 가장 큰 축복은 꿈과 소망을 품고 희망 속에 산다는 것이다. 꿈과 소망을 이루기 위한 열정적인 노력이 있을 때, 그 꿈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먼저 할 일이 있다. 지난 일들을 훌훌 털어 버리는 일이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무겁고 아픈 기억들, 온갖 감정의 찌꺼기들, 놓아야 하는 데도 놓지 못한 채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다 털어내고 가볍고, 깨끗하게 빈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과거의 응어리가 가슴에 켜켜이 쌓여 있으면 삶이 과거에 발목 잡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고통을 털어내고 맑게 피어난 얼굴, 그 순환된 정신과 만나야만 한다.


어떤 꿈,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마다 그 대답은 다양하겠다. 나 또한 새해에 띄우는 소망이 있다. 신체적인 쇠락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마음 바꾸기를 하려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뛰어넘는 마음, 더 탄력감 있는 젊은 마음으로 마음 바꾸기를 하여 마음의 평화를 안고 나의 새 날을 생각하고 싶다.

평화란 말은 아름답다. 아마 인생은 평생 평화를 누리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시대를 같은 별 아래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아야 강 같은 평화가 내 내면에 차오르게 될 것이다.

침묵 속에서 사유의 강폭을 넓혀 나아가는 길이 작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삶의 무게로 글을 쓰기 위해 고독 속에 침묵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되겠다. 좀 더 외진 마음으로 가난한 영혼이 되어 침묵 속에 침잠하자고 다짐한다.

나를 ‘글 선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가장으로 또 주부로 살던 사람들이다. 다만, 가슴에 남다른 불씨가 있어 어렵게 수필창작교실 문을 두드렸고 지금은 수필가들이 되었다. 그들과 보낸 몇 년의 시간들은 만생을 거쳐 만난 귀한 인연들이기에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출산한 소중한 자식들 같아 정신적인 유대가 남다르다.

새해에는 그들이 문학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땀과 눈물, 혼이 들어 있는 개성적인 글 쓰기를 위해 끊임없이 치열한 도전을 계속하기를 소망한다. 그들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정신적으로 가난한 이들 가까이서 추위를 녹여주는 화롯불의 온기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2011년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행운이 도래하여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보다 넉넉하고 만족하며,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감사하며 살기를 기원한다.


김영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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