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비 내리고’
2010-12-28 (화) 12:00:00
굵은 비 내리고
나는 먼 곳을 생각하다가
내리는 비를 마음으로만 맞다가
칼국수 생각이 났지요
아시죠, 당신, 내 어설픈 솜씨를
감자와 호박은 너무 익어 무르고
칼국수는 덜 익어 단단하고
그래서 나는 더욱 오래 끓여야 했습니다
기억하나요, 당신
당신을 향해 마음 끓이던 날
우리가 서로 너무 익었거나 덜 익었던 그때
당신의 안에서 퍼져가던 내 마음
칼국수처럼 굵은 비, 내리고
나는 양푼 같은 방 안에서
조용히 퍼져갑니다
장만호(1970 - )
겨울비 주시는 군요. 정말 국수나 끓여 먹으며 지내면 딱 좋을 날입니다. 이 세밑에 내리는 겨울비를 집안에서 조용히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국수 불어나듯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오래전 덜 익었거나 너무 익어버렸던 사랑도 떠오르고, 내 자신도 한 해를 반성하며 칼국수가 돼 퍼져갑니다. 아시죠, 당신. 그래서 칼국수처럼 굵은 겨울비 주시나 봅니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