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년 무사고와 안전 불감증

2010-12-2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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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그리고 걱정된다. 대한항공이 지난 10월 국토해양부로부터 특별 점검을 받은 뒤 한달 새 무려 4차례나 정비결함으로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1월15일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출발한 대한항공 B747기가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새면서 운항이 중단됐고 사흘 뒤에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출발하려던 B777기의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현지 수리를 받았다.

12월4일에는 니가타를 출발하려던 B737기에서 부품 이상이 발견돼 6시간 운항이 지연됐고 다음날에는 뉴욕발 비행기 연료 계기판에 이상 메시지가 뜨면서 3시간 넘게 출발이 늦어졌다.

대한항공은 9~10월에는 국제선 운항 도중 발생한 엔진 고장으로 3차례나 회항했고 정부 특별 점검에서 정비 시스템 개선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결국 3개월 만에 최소 7차례나 항공기에서 중대 결함이 발생했다는 계산이다. 알려진 것만 7차례니 실제로는 더 많은 결함이 발생했을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운항률과 정시율을 자랑하는 대형 항공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항공여행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9년 12월23일 영국 스텐스테드에서 B747 화물기가 추락해 4명이 숨지고 이보다 한해 전인 1998년 7월에는 괌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220여명의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뒤 11년 동안 무사고 기록을 이어왔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이를 홍보수단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최근 잇단 엔진 결함 소식을 접하면서 불안한 생각이 엄습한다. 대한항공은 이제 겨우 ‘사고 잦은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있다. 일련의 엔진 결함 소식을 접하면서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작은 엔진 결함에 대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다 기본인 항공기 정비에는 소홀할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사례는 대한민국이 항공 무사고 11년을 맞으면서 안전 불감증이 업계는 물론 항공 당국에까지 퍼져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행히 대한항공의 과거 몇 차례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LA-인천 노선에서의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항공기 사고는 한번 터졌다 하면 커다란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마음을 불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LA 한인들은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한국 갈 때 탈 수 있는 대안도 턱없이 부족하다.

LA 한인들이 불안에 떨면서 태평양 상공을 날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LA-인천 노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정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정대용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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