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룡부락

2010-11-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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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에게 이곳에서 희망을 가르치기로 했다
쓰디 쓴 소주잔 개막걸리를 나누며
절망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 해준 곳
사랑은 한낱 관념이 아니라
피와 땀이 섞인 투쟁이라고 말해준 곳
내가 처음으로 참된 고민을 하고
모든 이의 고통을 함께 노래 부른 곳
때로 주먹 다짐을 벌이며
취한 자가 가장 위대한 자라며
객기를 부리고 세상을 조소하던 곳
더러운 놈은 더럽다고
증오할 것은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
증오해야 한다고 소리쳐 외치던 곳
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는 아픔 맛보며
게으르고 나태한 자신을 물리치고
내 땅 위에 흔들림 없이 서게 한 곳
한번은 과감하게 결단하기 위해 모두가
눈물을 뿌린 이곳 술집에서 라면과 도시락을
말아먹으면서도 건강해야했던 우리의
추억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임동확(1959 - )


반룡부락은 임 시인이 나온 전남대학교가 있는 한 마을이라고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절망과 희망을, 눈물과 사랑을, 고민과 결단을 배우며 성장한 곳이다. 이런 장소들을 누구나 한두 군데씩은 가지고 있을 법 하다. 찬바람이 불 때면 부끄러움과 함께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한 추억으로 채워주는 곳. 사직공원 도서관 지하 식당, 상록수 다방, 부대 앞 삼거리 주막, 콩나물국을 마음대로 퍼먹게 하던 퇴근길의 실내포장마차……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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