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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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운명

2010-1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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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얼마쯤 달려가다 보면 마켓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다. 은퇴한 직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0년 넘게 왕래하던 길이기에 때때로 그 습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A여사는 어쩌다 깊은 잠이 들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수면제를 먹고 자야지” 하며 수면제를 찾는다고 한다. 나나 A여사의 이런 행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같은 행동을 오랜 시간 반복하면서 하나의 습관이 형성되어 무의식중에도 두뇌를 지배하며 작용하는 현상이다.

유대인의 속담에는 성공이든 실패든 이 모두는 습관 나름이란 말이 있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습관이 몸에 배면 마침내 타고난 천성처럼 되고 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습관들이 있다. 좋은 습관도 있고, 나쁜 습관도 있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그 습관으로 삶이 성공하기도 하고, 칭찬의 대상이 되며 본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그 습관으로 인해 그 사람의 삶은 물론 가족들이나 지인들의 삶까지 실패로 끝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씩 일찍 일어나 아침운동을 한다. 한 시간의 여유는 의미가 많다. 우선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저녁식사기 끝나면 반듯이 이를 닦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절대 먹지 않는다. 그런 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이를 튼튼하게 보존케 한다. 결단이 강한 습관이다.

준비성이 많은 습관, 정리 정돈 잘하는 습관, 상대의 말이나 의견을 잘 듣는 습관,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 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습관, “형님 먼저 당신 먼저” 하며 배려하는 습관,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습관, 냅킨 한 장도 반으로 잘라 쓰며 물자를 아끼는 습관 등은 좋은 습관들이다 .

반면에 나쁜 습관도 많다. 할 일들을 무엇이든 ‘나중에’로 미루는 습관, 노상 변명과 핑계는 물론 투정하는 습관, 쇠뿔을 단김에 빼야 한다며 매사에 서두르는 습관, 원칙론만 말하는 습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습관 등이다.

식사 때마다 음식을 남겨서 버리는 게 습관인 사람들도 있다. 지구촌에는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는 이를 찌푸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그건 안 돼, 가망 없어! 될 리가 없지!” 하며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고의 습관, 도박하는 습관, 편견의 습관 등도 있다.

인간을 가리켜 ‘습관의 묶음’이라고 말한 이도 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어떤 습관에 묶이느냐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좋은 습관을 가지면 내 운명이 행복하고, 나쁜 습관을 가지면 내 운명이 불행해 진다. 적극적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삶이 행복하고 미래가 평탄하지 않겠는가.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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