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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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2010-11-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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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우리 주변에는 쉽게 한인타운, 리틀사이공, 타이타운, 차이나타운 등 같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끼리 모여 살며 큰 경제지역을 이루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아시안 커뮤니티 중에 이민사가 가장 긴 중국인도 몰려 산다. 아니 생김새나 언어 사용에서 조금도 차별이 있을 법하지 않은 유럽인들도 본국의 이름을 붙인 이탈리아, 아이리시 타운 등을 형성하고 살고 있다.

유유상종이랄까 비슷한 처지에 사람들이 몰려 살며 서로 위안을 삼고 도움도 주고받는 기본 커뮤니티의 형성이다. 대학에서 한 둘 눈에 띄는 한국 학생에게 좀 더 은근한 정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에 대한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서로를 잘 알기에 싸움도 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혼자 미국 속에서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리워지는 것이 동족이다. 동질감을 찾고자 하는 의지는 학생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중고등학교 때 이민을 온 1.5세 아이들은 미국 아이들과 친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고 같은 한인 학생 중에도 영어를 잘하는 한국 아이들은 그 아이끼리만 어울리고 영어를 못하는 한국 아이들은 그들끼리만 어울린다는 사실을 봐도 사람은 늘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민 길을 나선 부모들은 본인들은 비록 한인사회 속에서 일을 하더라도 자녀들은 백인 학생들이 많은 학교로 보내고자 한다. 보다 나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하는 부모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자랑이 되고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1세 부모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한인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며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이민 길에 나선 1.5세와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난 2세들이 이젠 학부모가 되었다. 그들은 자녀가 미국 학교를 다니며 겪을 마음의 고통을 자신들이 늘 겪어온 일이기에 걱정하고 있다. 부모들의 높은 기대를 무너뜨릴까 봐 두려워해야 했고 학교에서 놀림 받고 아웃사이더로 겪어야 하는 마음을 표현할 곳조차 없는 사실에 공부의 부담보다 더 컸던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는데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이민 1세 부모들은 자녀들이 겪어내야 하는 이런 마음의 고통을 알고 있을까?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을 때 학교에 가서 자녀들이 겪어야 할 수치감과 수모감을 이해해 주는 부모가 있을까? 한국의 뿌리를 잊어가면서까지 영어만을 사용하는 자녀들이 그냥 아시안이란 이유만으로 놀림의 대상이 되는 부당함에 아파 할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부모가 있을까?

조금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민 1세는 자진해서 이민을 택했다하더라도 왠지 “미국”사람과의 만남은 그냥 피하고 싶다. 영어구사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도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인 생각에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백인 아동들로 가득한 교실에 혼자 앉아 겪어내야 할 마음의 부담감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사실적이고 직설적이고 본능적이기 때문에 이질감을 가진 아시안 아동에게 쉽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무시할 수 있다.

자녀들은 학교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택하고 또 부모의 뒷받침의 노고와 잔소리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공부에 목숨을 걸게 되지만 그 방법은 학교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떨쳐버리기보다는 아웃사이더를 더욱 더 아웃사이더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타민족 학생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공부 이외의 다른 활동에도 적극적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잘하고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장애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두 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 자녀의 경우 더욱 더 적성에 맞는 일과 자립생활에 성취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거기에는 부모의 격려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김효선
<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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