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치 않는 가치

2010-11-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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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 대신 지하철과 버스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성경책을 읽는 사람, 화장을 하는 사람, 잠을 자는 사람,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지난날의 내 모습도, 먼 훗날의 내 모습도 보인다.

나이를 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식성도 변하고 옷 입는 스타일도 변하고 취향도 많이 달라졌다. 시끄러운 락음악보다 구수하고 한스러운 음성을 좋아하게 되고, 10cm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 다녔던 내가 낮은 굽 구두를 신게 되고, 연애소설 보다는 옛 선조들의 정서가 담긴 정감 있는 책들이 좋아지고, 앙증스럽고 멋스러운 가방보다 가볍고 튼튼한 큰 가방을 선호를 하게 됐다.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하루의 시간을 좀 더 뜻있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의 인연을 찾아주다 보니 오늘 하루가 나만의 24시간이 아니라 회원들의 평생을 책임질 소중한 하루라는 생각 때문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조심스러워지고 책임감이 생긴다. 결혼정보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부러워하고 신기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밖에서 볼 때는 이벤트도 하고 에피소드도 많아 즐거운 일만 가득할 것 같지만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각각의 인연을 잘 찾아서 소개해 줘야 하기 때문에 고민도 많고 구상도 많다.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는 ‘이 분은 어느 분과 어울릴까’ ‘오늘 만남 잘 하고 계신가’ 온통 그 생각뿐이다.

배우자의 조건도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중을 두는 가치도 조금씩 다르다. 20대에는 외모를 많이 고려하지만 30대는 외모보다 성격을, 40대는 성격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안정성과 편안함에 가장 역점을 두는 것 같다.

누구나가 꿈꾸는 이상형이 있고 그런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다. 좋은 사람 만나기가 로또 맞을 확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부지런히 기회를 만들고 열심히 만나봐야 한다.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사랑만은 오래도록 변치 말아야 할 가치다. 다가오는 연말, 솔로들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변치 않는 사랑의 가치를 얼른 느끼게 해주고 싶다. 토크쇼의 여왕, 기부의 영화, 미디어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처럼 나는 열린 마음과 편안함을 무기로 ‘소개의 여왕’이 되고자 오늘도 노력한다.


이 제니퍼 / 결혼정보회사 듀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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