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는 이문을 남기기 위함이다. 투자 중에서 가장 보람이 있지만, 또한 어려운 투자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 생각된다. 예수가 키운 제자들이 지금까지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부모가 되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일은 자녀를 사회의 창조적, 생산적, 그리고 건전한 일원으로 키우는 일일 것이다.
의외로 많은 주위 분들이 자녀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본다. 자녀를 부모의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착각하기도 하며, 또한 존경심은 얻는 것(earn)인데 자녀에게 강요하는 부모도 있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가정에 진정한 평화와 안정이 없다면 참된 행복은 맛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록 사회적, 경제적 또는 전문 분야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해도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에 갈등과 미움이 있다면 진정 행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인생의 의미와 행복은 성취보다는 대인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즐겨듣는 한 기독교 방송에서 “Remember, your family is first”(기억하세요, 가족이 우선입니다)라고 늘 말해 준다.
두 아들을 키우며 본인의 허물과 실수로 남긴 상처자국을 돌아보며, 또한 주위에 가족관계로 아파하는 그들을 보며 이 문제를 새삼 깊이 생각해 본다. 때마침 나의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로스 캠벨 박사란 분이 쓴 저서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How to really love your child?)이 우연히 눈에 띄어 읽어 보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뒤늦게나마 많은 것을 깨우쳐 주었다. 물론 깨닫고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의 실체이기는 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의 핵심요소는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제대로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캠벨 박사는 역설한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남자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을, 여자 아이는 부모 사랑의 확인을 가장 원한다는데, 만일 자녀에게 부모가 이러한 인식을 주지 못했다면,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인식을 주지 못했다면 부모의 바른 교훈과 훈련은 별 효과가 없다.
심지어는 반발적 역행위로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인격에 허물이 많은 설교자가 아무리 강단에서 사자후를 토해도 그 말씀은 듣는 이의 차가운 벽에 부딪쳐 반사되어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캠벨은 대표적인 자녀 사랑 표현으로 ‘대화 시 눈 맞추기’ ‘집중하고 들어주기’ ‘신체적 접촉’과 ‘바른 훈련’ 등을 꼽고 있다. 주로 유교문화의 배경을 지닌 우리 이민 1세는 건전한 훈련과 잘못에 대한 징벌을 흔히 혼동하는데, 훈련은 자녀를 자신을 자제하는 건전한 사회의 일꾼으로 키우는 바른 사고의 연습을 포함한다.
이러한 긍정적 훈련이 잘못을 징벌하는 부정적 접근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처벌이 꼭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이 처벌이 부모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될 것이다. 또한 만일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의심한다면 위에서 말한 대로 그 훈련은 극히 어려워 질 것이다. 더 나아가 자녀의 정서 안정에는 부부간의 화목이 가장 필수적이다.
사랑처럼 많이 떠드는 단어가 없겠지만, 또한 사랑처럼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랑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조건적, 감정적이 아니라 무조건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가족에게만은 이러한 사랑을 흉내라도 내며 살고 싶다. 가족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이웃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선이요 모순이라 생각된다.
박찬효 / FDA 약품심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