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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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건강

2010-10-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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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면 예배에 참석하러가는 도중 교회 근처 맥도널드 식당에 들려 커피 한잔을 마신다. 맛도 좋고 시니어 가격이 69센트에다 공짜 리필까지 가능하여 잠시 나마 하루의 끝을 즐기는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만나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인솔자 몇이 중증장애자 6,7명을 데리고 들어와 내가 늘 앉는 좌석 가까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애플파이나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서 나눠 먹고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앉아있다 오래 지체치 않고 가는 것이 전부이다.


장애인들은 10대부터 노인까지 여러 연령층인데 육신도 온전치 않지만 행동으로 보아서 정신적인 장애도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평생 치유되지 못한 채 지금의 상태로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 운명에 놓여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어째서 나쁜 인간도 많은데 아무 잘못도 없고 착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일생의 형극을 갖게 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장애자도 그렇지만 전쟁, 질병, 범죄, 천재지변, 기아 등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죽고 다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생겨나는가?

이에는 분명코 하나님의 원대하고 심오한 뜻이 숨어있겠지만 인간의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온전한 육신으로 살고 있음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선택임을 생각할 때 얼마나 행운이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멀쩡한 육신을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느 부귀영화와 비교할 수없는 축복된 인생이니 다른 욕심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최근 한국의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일들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사건들을 보면 한국 사회의 가치관과 도덕률은 위험수준을 넘고 있는 것 같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소위 사회지도층이 그 꼴이니 사회의 전반적인 도덕관념은 오십보백보일 것이다. 한국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것은 사람들이 육신을 옳지 못한 데 쓰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이제 한국은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의 의식이 너무 먹고 마시고 즐기고 꾸미고 하는 육신적인 것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육신을 향락에만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며 그 육신은 병든 것이나 다름없다. 건강한 몸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육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건전하게 사용하는 일이야 말로 사회를 밝게 만들고 나라를 튼튼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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