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 개혁 물건너가나

2010-09-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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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워싱턴 DC 민주당 시장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가 있었다. 그 지역 민주당 내에선 이미 펜티 현 시장의 패배는 제법 오래 전서부터 예견되었던 일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또한 좋은 성과를 이루더라도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무리한 점이 있을 때 그 결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정치의 기본논리가 새삼 확인되는 선거였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감이라면 선거의 주 쟁점 중의 하나가 미셸 리 교육감이었다는 것이다. 4년 전 펜티 현 시장이 35세의 젊은 나이로 파란을 일으키며 시장에 당선되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이 공교육의 전면적인 개혁이었다. 미국 전체 내에서 최하위에 처져 있는 이 곳 공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이끌 수 있는 교육 행정가가 필요했고 본인과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리 교육감이 그 일에 적임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스카웃해 전권을 주며 적극 후원을 하였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여러 교사들이나 학부모들 그리고 교원 노조로부터의 거센 공격에 정치적인 보호막을 쳐주며 적극적으로 리 교육감의 개혁 노력을 뒷받침해 준 것이 펜티 시장에게 이번 예비선거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리 교육감을 알진 못한다. 다만 교육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관여하고 있는 같은 한인으로서 공교육 발전을 위한 리 교육감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먼발치에서나마 성원하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병폐들을 정리, 해결하기에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가진 교육감으로서는 힘들다는 데에 동감했다. 리 교육감이 임명되자마자 과감히 실행에 옮겼던 학교 시설들의 재정비, 즉 효용도가 떨어지는 학교들을 인근 학교에 통폐합하여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 낭비를 막고 전체적으로는 학생들의 수학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시설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마음속으로나마 찬사를 보냈다.

필자도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학교 하나 문 닫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체험을 하는 일이기에 학교 한두 개도 아니고 DC 전체의 모든 학교들을 놓고 획기적인 결정을 내리며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리 교육감의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질부족 교사의 퇴출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교사 개인뿐만 아니라 여러 이익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에 교사 한 명을 퇴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필자는 잘 안다. 이러한 문제를 과감하게 제기하고 즉각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모습도 일반 교육감으로부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난국에 영웅이 난다지만 사실 난국에는 영웅이 필요한 것이고 DC 공교육에서의 영웅이 바로 리 교육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예비선거 결과가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개혁이라도 주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주민들의 호응을 받기 위해서 좀 더 많은 이해 당사자들과 처음부터 머리를 맞대고 협조하는 체계를 구축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리 교육감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모두 옳고 다 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그러한 시도가 끝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멈출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쉽다.

민주당이 압도하는 DC의 정치환경을 고려할 때 민주당 후보직을 확보함으로써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제 11월 선거에서 새로 시장에 당선될 것이 분명한 그레이 시의장이 앞으로 리 교육감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할지는 모르겠다. 선거전에서 이미 공표한 대로 리 교육감은 DC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DC 교육감 자리를 떠난 후 리 교육감이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이 곳에서의 험난했던 경험이 리 교육감에게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문일룡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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