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박 칼럼 / 주택구입에 대한 인식의 변화
2010-09-14 (화)
주자 (朱子)의 권학문 (勸學文) 중에, 미각지당 춘초몽 (未覺池塘 春草夢 ) 계전오엽 이추성 (階前梧葉 已秋聲) 연못가에 봄풀이 채 꿈도 깨기전에, 오동나무가 가을을 알린다는 한시가 있다. 약 800년전 주자가 살았던 송나라 시절이나 지금이나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흘러 2010년도 이제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의 주택시장을 뒤돌아 보니 주택구입의 개념에 크나큰 변화가 생겼다.
주택시장의 열풍이 한참이었던 몇 년간 주택구입은 주거의 목적 보다는 투자의 목적으로 인식되었다.. 미국 정부의 모기지 이자와 재산세에 대한 세금공제의 큰 혜택은 한국의 강남불패 신화 처럼 부동산 불패 신화로 뿌리 내리는 듯 했다. 주택모기지 대출심사가 허술했고, 대출금리가 4%대이던 시절에는 월 렌트비만 낼 수 있다면 주택이 가능했다. 다운페이먼트 한 푼이 없어도 주택을 구입하였고, 주택은 구입하자 마자 오르기 시작해서 그 주택을 담보로 현금을 인출하여 임대주택을 구입한 경우도 비일비재 하였다. 때문에 주택 구입의 목적에 대한 인식이 주거 개념 보다는 투자 개념이 더 강했다. 하지만 주택가격은 거침없이 곤두박질을 하고 있으며, 2 분기중 미 전역에는 Negative Equity 즉 주택가격보다 모기지금액이 더 높은 홈오너가 1천1백만명으로, 총모기지 보유자의 23%가 소위 깡통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니 부동산불패의 신화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요즈음 주택을 구입하는 홈 바이어들은 참으로 행운아들이다. 무엇보다도 주택가격은 바닥에 근접하고, 정부에서는 온갖 세금혜택을 지원하고, 경기부양책으로 모기지 금리 또한 최저이다. 물론 주택가격이 바닥이라고 하지만 향후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아주 완만할 것이다. 주택시장의 버블을 경고한 예일대학교의 로버트 쉴러교수는 주택가격은 향후 5년간은 계속 슬럼프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때문에 단기 투자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였다가는 계산착오가 될 것이다. 그는 연방정부의 부양조치가 중단될 경우 주택시장의 둔화 현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모기지 대출심사가 너무나 강화 되었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홈 바이어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주택을 구입할 능력을 갖춘 홈 바이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역에 따른 예외도 있다. 아직도 북가주 지역의 학군좋은 쿠퍼티노나 팔로알토 지역의 주택가격은 여전하다.
얼마전 몇 년전 주택을 구입한 한 고객으로 부터 안타까운 전화를 받았다. 곤두박질한 주택가격 때문에 재융자도 불가능하고, 매일 부부싸움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깡통주택에 모기지페이먼트를 하노라면 맥이 빠지고, 회의가 들 것이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를 훨씬 넘고 보니 금전적인 계산으로만 손실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주택구입의 혜택 중 모기지 이자페이먼트와 재산세의 소득공제는 크나큰 경제적인 혜택이지만 소중한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정서적인 혜택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필자는 현 주택을 큰 아이가 태어나어나면서 구입하였다. 그 간난아이가 자라서 3년 후면 대학을 가게 된다. 대학입학으로 가정을 떠나기 까지 우리 아이가 이 주택에서 누린 정서적인 혜택은 부모가 누린 세금혜택, 주택에 쌓여지 Equity 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좋은 이웃과 좋은 교육환경은 한 인간의 인격형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였다고 허망해 하기보다는 그동안 누려왔던 눈에 보이지 않은 혜택을 헤아려 본다면 감사한 생각이 들 것이다. 이제 주택구입의 목적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하겠다. 만약 단기 투자가 목적이라면 로버트슐러 교수의 진단처럼 주택구입은 잘 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거목적과 세금혜택의 목적이라면 주택구입은 여전히 좋은 투자인 것이다. 나이가 드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다음 주 수요일이 추석이다. 소중한 가족들에게 추석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 하겠다. 9월12일 KTVU뉴스에 의하면 미국내에 7명 중 1명은 빈민의 생활을 한다고 한다.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다. 가까이에 있는 지인들의 어려움을 돌아보는 인정이 필요한 때이다. 물위금일불학이유래일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오늘 배울 것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물위금년불학이유래년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올해 배울 것을 내년으로 미루지 말라고 주자는 말했다.
그레이스 박 융자 베이캘파이낸셜 408)203-6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