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대 갔다 온 여자…

2010-09-04 (토)
크게 작게
나는 나 자신을 매우 여성스럽다고 자부한다. 우선 나는 요리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요리를 아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곧잘 하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내가 요리한 것을 먹는 것을 보며 흐뭇해 하는 평범한 여자이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예의상 그러는지는 몰라도, 아주 맛있다고 하면서 차려놓은 음식들을 대개 싹싹 비운다. 그래서 스스로 요리를 꽤 잘 한다고 믿고 있다. 설사 그것이 집주인에 대한 예의였다고 쳐도 음식을 아주 맛있게 다 먹고 가는 걸 보면, 내가 음식을 못하는 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게다가 나는 아주 후다닥, 빠른 속도로 요리를 할 수가 있다. 특히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등의 찌개류는 금방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을 수가 있다.

나는 또한 치마 입기를 좋아한다. 특별히 각선미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치마를 입으면 더 조신해 보이기 때문이다. 걸음걸이도 더 여성스럽게 된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에는 통풍(?)도 잘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에 나는 더욱 더 치마에 애착을 갖는다.


사실 나는 여자 치고는 조금 큰 키라서 바지가 롱다리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 그래도 나는 치마를 더 즐겨 입는다. 치마에는 드레시한 구두가 잘 어울리기에 더 좋아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요리 잘 한다’ ‘치마 즐겨 입는다’고 나열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잘못된 선입관 때문이다. 내가 군복무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많은 사람들은 나를 선머슴처럼 생각하기 일쑤이다. 남자처럼 터프 하고, 당연히 남자처럼 바지를 즐겨 입고, 여성스러운 면은 많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주 잘못된 선입관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여자 군인들은 보통 여자들과 다름없이 상당히 여성스럽다. 매력적인 여자들도 굉장히 많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터프하고 남성스러운 여자 군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여군들은 군복도 치마로 된 군복을 입으며, 항상 깔끔하고 청결한 외모를 유지하도록 신경을 쓴다. 다만 군인은 규칙상 화려한 액세서리(귀고리, 팔찌, 반지)는 자제하도록 되어 있기에 필요 이상의 장식은 할 수가 없다. 또한 군복을 입을 때 긴 머리는 항상 단정하게 묵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화려하게 치장을 못할 뿐이지 여성스럽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군대에 갔다 왔다고 해서 남성스러워 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군대훈련을 받았기에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런 임무를 한다고 해서 여성스러운 면들이 사라지고 남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자, 이제부터는 어느 여성이 군대에 다녀왔기 때문에 여자답지 못하다고 단정 짓지는 마시라. 여군들이야말로 여성스러우면서도 군인의 의무를 다 할 줄 아는 진정한 매력녀들이란 것을 잊지 마시기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