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이번 여름 실리콘밸리의 집을 처분하고 트라이밸리로 옮겼다. 이전까지 왕복 2,30분이면 됐던 A씨의 출퇴근 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A씨가 이사를 한 것은 고교생이 된 아들을 위해서였다. 학군 때문은 아니었다. 종전 거주지는 학군이 좋기로 소문나 한인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다. 진짜 이유는 A씨의 아들이 학교에 다니기 싫어할 정도로 ‘왕따’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자녀의 왕따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방학중 이사를 통해 일단 분위기를 바꿔줄 여력이라도 있는 A씨는 차라리 나은 편이다. 자녀의 고통을 알면서도 형편상 손을 쓰지 못한 채 속만 끓이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뿐 아니다. 각급학교들도 교내왕따(School Bullying) 퇴치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마린교육구 등 여러 지역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스쿨 불링의 실태와 대책에 대한 캠페인성 이벤트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매사추세츠와 같이 스쿨 불링 금지 및 처벌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킨 주까지 생겨났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왕따근절 비영리단체 ‘No Bully’에 따르면, 학우들에 의한 신체공격이나 언어공격이 싫어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미 전역에서 매일 16만명가량이다. 수년 전 나온 연방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생 4명 중 1명은 괴롭힘을 당했고, 8%는 괴롭힘이 두려워 한달에 한번꼴로 결석했으며, 43%는 교내화장실에서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는 학부모 3명 중 1명이 자녀의 교내안전을 걱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쿨 불링은 악의적 소문 퍼뜨리기, 모욕적 언사, 어울리기 거부, 인종 종교 신체특성을 빗댄 놀림에서 꼬집기 오물투척 침뱉기 집단구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왕따로 외톨이가 된 피해학생은 일차적으로 고독과 불안, 걱정과 불만에 휩싸여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워진다. 나아가 자신감 상실과 대인 기피증 등 정서장애와 행동장애를 보이다 어느 한계를 넘으면 자포자기 심리에서 타인이나 자신에게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1990년대 말 발생한 콜로라도주 콜럼바인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전자라면, 올해 3월 텍사스주에서 13세 남학생이 목을 매 자살한 것은 후자의 사례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