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븐센트 고등학교 11학년 다니엘 리 군을 그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퀸즈한인교회에서 만났을 때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였냐?”고 물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혹시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싶어서 조금 장황하게 다시 물었다.
“대통령이나 정치가나 과학자 아니면 가수나 운동선수라도 없어요? 저 사람 참 멋있다, 저 사람처럼 나도 돼야겠다는 그런 사람이 있쟎아요?” 다니엘은 다시 “그런 사람 없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존경하는 인물 한 명도 없을 수가 있을까라고 의아해 하고 있는 기자에게 다니엘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누구처럼 살아야겠다, 누구한테 무엇을 배워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목표를 세웁니다.” 참 당돌하고도 명쾌한 대답인 셈이다. 다니엘의 이런 독립적인 성격은 스타이븐센트 진학을 위해 잠시 학원을 다니다가 중단했다는 말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명문고 진학에는 빠금한 나름대로 족집게 학원 강사의 지도를 받다보니 오히려 공부가 더 안 되더라는 것이다.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방식으로 공부를 한 뒤에 원하는 성적이 나왔다.
이처럼 똑 부러지게 영특한 2세 학생 다니엘군에게 처음으로 풀타임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이번 여름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루 6시간씩 교회의 선생님을 도와 프리K에서 9학년까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12살 여동생이 있는 다니엘군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면 좀 힘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귀엽고 예쁘다”며 교회 어린이들을 친오빠, 형처럼 챙기고 있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정말로 기대하고 있는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다니엘이 단원으로 합격된 42년 전통의 명문 청소년 오케스트라 ‘COS(Children’s Orchestra Society)’가 정기 공연을 벌인다.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났던 다니엘은 기타도 잘 치지만 7년 전 시작한 클라리넷 기량이 수준급이다. 스타이븐센트 밴드에서도 클라리넷 악장을 맡고 있는 그는 경쟁률이 치열한 COS의 오디션을 한 번에 통과하고 정식 멤버로서의 첫 연습과 첫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롱아일랜드에서 1962년 설립된 COS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의 동생이 운영하고 있고, 18명 규모의 앙상블로 출발해 현재는 4개의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 음악 교육까지 운영하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 무대에도 자주 오르는 실력을 과시한다. 비록 전업 뮤지션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니엘군에게 COS 단원으로서의 연주 경험은 자신의 연주 기량을 한 차원 높여줄 것이며 평생 동안 간직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전공은 우주 항공 엔지니어링으로 일찌감치 결정했지만 지원할 학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중이라는 다니엘군은 이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MIT와 캘리포니아 공대를 1차적인 목표로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뭔가를 만들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우주항공 분야는 저에게 잘 맞고 평생을 해도 재밌게 몰두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공부를 잘한다기보다는 공부를 좋아하는 성격’은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까지 통과하고도 목회자를 선택한 부친에게 물려받은 것 같다고 다니엘군은 말했다. <박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