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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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와 전도

2010-08-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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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이었다. 의료봉사에 나선 우리 차량이 멕시코 외딴 곳에서 진흙 웅덩이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 때 그가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당시 22세 풋풋한 청년이었던 로페즈는 통역을 겸한 현지 자원봉사자로 우리를 도우며 10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30대를 넘어섰다.

그는 LA에서 하이스쿨을 졸업했지만 멕시코로 돌아와 살고 있다. 임금 수준도 높고 문명의 이기도 훨씬 더 누리고 사는 LA의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 "여긴 인간관계가 훨씬 더 순수하지요. 사람들 간에 정이 있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편해요"

그렇지만 오랜 도시생활에서 저절로 익힌 영악함 같은 것도 그에게선 발견된다. 약삭빠르고 틈틈이 게으름을 부리기도 하고, 우리가 싣고 간 구호품을 슬쩍슬쩍 빼돌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린 못 본 척 눈을 감는다. 그의 영악함보다는 그의 가난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한편에 인간의 정을 소중히 여기는 순수함, 진창에 빠진 외국인의 차를 팔 걷어붙이고 꺼내 줄 만큼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던 따뜻함을 기억하며 그의 잘못이 너무 커지지 않게 감독하고 충고하며 지내고 있다. 언젠가는 그의 마음이 더 넓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5년 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멕시코 선교지를 물색할 때 목사님과 20여명의 각 부서 책임자들과 함께 멕시코 안내 여행에 나선 적이 있었다. 선교지로 정한 곳이 로페즈의 마을이었다. 그 곳에서 며칠을 열심히, 그리고 조용히 봉사와 기도만으로 보낸 일행은 마지막 밤 바닷가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각자의 느낌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내 곁으로 다가온 로페즈가 낮은 소리로 내게 고해성사 하듯 말했다. "그동안 여기에도 교회가 여러 개 들어와 세워졌어요. 그런데 교인 확보를 위해서인지 서로들 잡아당기고, 얼굴 붉히고… 하여튼 난 마음에 안 들어 교회가 정말 싫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봉사하는 이번 선교는 정말 마음이 끌린다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지난 5년간 로페즈는 열심히 그 교회에 계속 다니고 있다.

로페즈의 ‘간증’을 들으며 마더 테레사의 선교 방향을 되새겨 보았다. 그가 이끌던 수도회는 설교, 개종 권유, 세례 등의 활동을 하지 말도록 아예 못 박아 놓았다. 그가 믿는 선교는 사랑의 봉사가 전부였다. 그는 함께 일하는 수녀들이 사랑에서 우러나는 돌봄을 통해서만 믿음을 증언하기 원했다. 말이 아니라 사는 모습,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는 것을 최선의 선교로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사라지고, 나를 통해 전해지는 참된 진리가, 내가 마음을 쏟았던 사람들 속에서 계속 빛나고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던 마더 테레사의 ‘증언’을 멕시코의 작은 마을 등으로 선교에 나서는 한인 교회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최청원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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