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터칼리지 고교입학제 개혁놓고
▶ 행정부-교직원간 마찰 심화
뉴욕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문고의 하나인 헌터칼리지 부설 고등학교가 입학시험 제도 개혁을 놓고 ‘아시안과 백인’ 대 ‘흑인과 히스패닉’의 묘한 교내 인종 대립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학교는 올 가을 새로 부임하는 신임교장과 얼마 전 임무를 수행했던 교장 대행까지 모두 합쳐 5년새 무려 5명의 교장을 맞으면서 내부적으로는 학생과 교직원의 혼란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학교 운영을 관장하는 뉴욕시립대학(CUNY) 산하 헌터칼리지 행정부와 헌터고교 교직원 사이에 입학시험 제도 개혁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마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이면에는 입학시험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교육적 열의가 뒷받침된 백인과 아시안이 흑인과 히스패닉보다 입학에 유리해 인종적 다양성을 이루지 못한다는 비난이 깔려있다.
특히 올해 6월 졸업식에서 졸업 연설한 저스틴 허드슨(18)군이 연설 도중 이를 직접 거론하면서 표면화된 것은 물론, 단순한 교내 인종 갈등에 그치지 않고 지역갈등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기립박수까지 받았던 허드슨군은 이날 “헌터고교 재학생 인종 구성이 뉴욕시 우수인재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플러싱, 베이사이드, 어퍼웨스트사이드가 사우스브롱스, 베드포드-스타이브센트, 워싱턴하이츠보다 본질적으로 더 똑똑하다는 것인데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 때문이다.이에 아시안 문화 소사이어티 등 아시안 단체들은 학교 합격이 개인의 성취가 아닌 인종적·사회적인 문제로 해석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실제로 학교는 1995년 기준 흑인이 신입생의 12%, 히스패닉은 6%였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3%와 1%로 줄어든 반면, 아시안은 47%, 백인은 41%를 차지했다. 7~12학년까지 중·고교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의 교직원 위원회는 입학시험에 면접과 포트폴리오 심사를 포함해 소수계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헌터칼리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6월에는 에일린 카폴라 교장이 교직원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책임추궁과 이에 대한 부담감 등을 이유로 결국 사임했다.
학교는 그간 교사 추천에 의존하던 입학시험 응시자 모집을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시내 모든 학교에 공문을 발송해 5학년 영어·수학 뉴욕주 표준시험에서 상위 10% 이내 성적을 기록한 학생들의 시험 응시를 당부하는 등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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