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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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불안이 회복 ‘걸림돌’

2010-07-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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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왜 침체 못벗어나나

지난해 봄부터 주택가격이 소폭 상승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주택가격이 중폭 이상 오른 지역도 많다. 주택시장이 회복 불가능 상태에 빠지기 전에 연방 정부가 진화작업에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주택거래와 주택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회복의 불씨를 어렵사리 살려내고 있다. 주택가격이 4년 전과 비교해 약 30%나 하락해 구입 적기로 여겨지는 점과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곧 회복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 ‘더블 딥’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왜일까? 주택시장의 회복을 뒷받침해 줄 여러 여건들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지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주택시장이 완연한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기 힘든 이유다. 정부의 주택시장 지원책이 중단된 후 주택거래가 다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더블 딥’이 서서히 가시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이 아직도 침체의 그늘에서 머물고 있는 이유를 알아본다.

실업률 9.5%… 고용 불안탓 집 구입 꺼려
신규 가구수 증가율 줄어 주택 수요 감소
차압매물 증가·융자기준 강화도 악재


자료: 프레디맥, 7월 28일 현재; (Margin: 은행부과 금리)

◇ 고용시장 불안

고용시장의 불안이 주택수요를 가로 막고 있어 주택가격 회복세를 억누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아직도 높은 수준인 9.5%대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래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현재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시장의 성장은 주택시장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시장이 주택시장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율은 안정적인 소득 흐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미래 소득이 불투명하면 주택구입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주택시장 회복의 동력이 될 만큼의 주택수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제연구기관 와이스 리서치의 마이크 라슨 연구원은 “최근의 주택가격 회복현상은 고실업률이 진행 중인데도 이뤄진 일시적인 회복으로 진정한 회복으로 보기 힘들다”고 현재의 주택시장을 진단했다.

◇ 가구수 감소

경제연구기관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패트릭 뉴포트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3월부터 2009년 3월1년 동안 약 39만8,000가구가 새로 형성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안정기에 대개 연 120만가구가 신규로 형성되는 것에 비하면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1947년 이후 신규 가구 증가수로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침체가 신규가구 형성을 가로막고 있는데 주택시장 성장에는 당연히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규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주택수요가 끊어지지 않는데 최근 들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주택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소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택관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룸메이트, 부모, 또는 친척과 주택을 공동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다시 부모로부터 분가해 신규 가구를 형성하려면 고용시장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현재 고용시장의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뉴포트 연구원에 의하면 올해 약 8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270만개, 35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차압매물량 증가

차압매물 증가에 대한 우려도 현재 주택시장의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 차압매물 전문업체 리얼티 랙의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약 170만채의 주택이 차압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나 증가했다.
리얼티 트랙은 또 올해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적어도 300만채의 주택이 차압신청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신규주택 건축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는 여전히 매물 공급이 과잉상태인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매물 재고기간은 약 8.3개월로 주택시장 안정기의 재고기간인 6개월에 비해 약 2.3개월이나 길다. 주택 시장에 수요보다 매물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대부분의 매물이 차압매물 또는 숏세일 매물 등 급매성 매물로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들이어서 주택가격을 오히려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구가 많다는 것도 주택시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복병이다. 모기지뱅커협회(MBA)에 의하면 올 1분기 중 전체 모기지 중 약 10%가 연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앞으로 주택 차압률을 더욱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매물 공급과잉과 차압매물 증가분을 해소하는데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는데 이 기간에는 아무래도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내년까지 8% 추가하락 전망도

◇ 신용시장 경색

7월 둘째 주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1950년 이래 최저인 4.57%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처럼 기록적으로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구입자는 많지 않다. 은행들이 융자 심사 때 여전히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 받기 위해서는 크레딧 점수가 최소 720점 이상이어야 하고 주택 구입 때 최소 10% 이상의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해야 한다.

또 소득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야 하지만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크레딧 자격을 갖췄다 하더라도 만약 주택가격이 하락세인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다운 페이먼트가 은행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사상최저 수준의 이자율은 그림의 떡이 된다.

만약 크레딧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다운 페이먼트가 부족하다면 정부가 보증을 서는 FHA 융자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FHA 융자 기준마저 강화돼 주택시장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 주택구입 기대감 감소

주택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 여름과 비교해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평균 약 30%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4년여에 걸친 지루한 주택가격 하락세는 주택구입을 계획 중인 많은 대기 구매자의 주택구입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무리한 주택구입이 화근이 되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가구에 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하며 대기 구매자들의 주택 입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주택가격이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는 ‘더블 딥’ 논란이 불거지자 주택구입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는 대기 구매자도 많다.

◇ 주택 판매 어려움

주택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미국 전체 가국의 약 25%가 융자 원리금보다 시세가 낮은 이른바 ‘깡통 주택’ 소유주로 이들이 집을 팔고 새 집을 구입하려고 해도 판매 절차가 순조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집을 팔려면 은행 측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이른바 숏세일 절차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결국 은행에 차압되는 수밖에 없는데 숏세일이나 차압 후 새 집을 구입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주택 수요 증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주택시장 전망

경제 연구기관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패트릭 뉴포트 연구원은 현재 고용시장과 경제 여건대로라면 전국 중간 주택가격이 내년 1분기까지 약 8%가량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 주택가격이 바닥을 친 후 소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주택시장 역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순환이 있는데 최근 주택시장의 거품붕괴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그 규모가 커 회복에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준 최 객원기자>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주택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구가 많은 것도 주택시장 회복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리스팅 가격을 인하했다는 사인을 부착한 매물.


고용시장의 불안은 주택 수요를 가로 막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채용 박람회에 몰린 인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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