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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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태권 3남매 ‘ 이지수.윤수.준수

2010-07-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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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공인 4단 사범자격 획득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처럼 친구 대신 언니·누나를 졸졸 따라 다니다 약관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남매가 나란히 태권도 공인 4단의 유단자가 된 이지수(왼쪽)양과 윤수(가운데)양, 준수(오른쪽)군.

이들은 지난달 모두 4단 승단시험을 통과하면서 태권도 사범으로 정식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은 물론, 특히 막내 준수군은 미동부에서 사범자격을 인정받은 최연소자란 기록까지 안았다. 이들이 태권도에 입문한 것은 9년 전. 첫째 지수(16·미국명 재니스·크레스킬고교 12학년 진급 예정)양과 둘째 윤수(15·미국명 조애나·버겐아카데미 10학년 진급 예정)양이 도장을 처음 찾은 날 당시 생후 34개월이던 막내 준수(12·미국명 브렌든·크레스킬중학교 7학년 진급 예정)
군이 도장을 떠날 생각을 않는 통에 같은 시기에 시작하게 되면서 지금껏 함께 같은 길을 걸어왔다.

비록 성별은 다르지만 3남매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수영까지 모두 함께 배우며 성장했고 그 시간 동안 서로 의지도 되고 응원도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동시에 서로의 도전의식을 발동시켜 더 높은 곳을 향하게 발전시켜준 선의의 경쟁자란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뉴저지 태권도 대표팀 선수로 발탁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한인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지수양, 3년 전 크레스킬 타운 수영 릴레이 대표로 출전해 당시 카운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데 이어 학교 대표로 선발돼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됐던 윤수양, 뉴저지 브레이커스 소속 수영선수로 맹활약하면서 개인레슨 한 번 없이 골프 토너먼트 출전권을 따냈던 준수군 등 각종 대회 때마다 3남매의 입상 경쟁도 실로 만만치 않다.


예체능뿐만 아니라 학업에서도 서로가 경쟁자인 동시에 조력자이기도 하다. 누가 학교에서 A학점을 받으면 그 다음에는 자신이 A+를 받아오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보이지 않는 전쟁을 선포하며 승부욕을 불태우면서도 행여 누군가 3남매를 괴롭히려 들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 돈돈한 우애를 자랑한다.

어릴 때부터 결석 한 번 없이 주말마다 한국학교에서 익혀 온 한국어 실력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유창하고 부모의 독특한 가정교육 덕분에 어른에 대한 존댓말 사용도 웬만한 1세들보다 나을 정도다. 피아노와 비올라를 함께 배운 두 자매는 학교 밴드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하면서도 언니보다 욕심이 조금 더 많은 윤수양은 언니가 하지 않은 클라리넷까지 배워 미동부 최초의 클라리넷 연주팀인 ‘트라우메라이 클라리넷 콰이어’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준수군은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두 누나들과 달리 피아노 이외 바이얼린과 섹서폰 실력을 갈고 닦아 학교 밴드에서 리더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수양과 윤수양도 탁월한 수영실력을 발판으로 라이프가드 자격증까지 갖고 있고, 준수군도 방학 중에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기상해 고된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셋이 함께 태권도장에서 후배 지도에도 열성이다. 장래 의사를 꿈꾸는 지수양은 본격 시작된 대학진학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태권도장 이외 주말마다 치과병원의 봉사활동도 거르지 않고 있다. 언니에 이어 뿌리교육재단을 통해 이달 말까지 한국연수 중에 있는 윤수양과 어릴 때 TV 모델로 활동한 경력을 계기로 사진 찍기 취미를 지닌 준수군 등은 모두 5단을 따려면 22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규정 때문에 당분간은 태권도 4단 타이틀을 갖고 오래 지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태권도를 매개체로 가족의 공감대가 한층 더 커져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언젠가는 가족이 함께 태권도를 가미한 가족음악회를 열어보자는 계획도 어렴풋이 꿈꾸고 있다고.

셋이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배우고 익히다보니 돈도 많이 들었을 것이란 일반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셋이 함께여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어 득이 더 많았다는 3남매의 아버지는 태권도에 있어서만큼은 3단 실력에 그쳐 4단인 자식들을 깍듯하게 선배 대접해준다는 이종원(개인사업)씨, 어머니는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힌 태권도 풍월만큼은 최고참이 부럽지 않다는 이혜승씨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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