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학부모의 마음은 더욱 부산해진다. 각종 시험 대비를 준비시키거나 다음학년 과목별 선행학습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 개인지도, 그룹지도, 서머캠프 등 수없이 많은 선택이 있고 나름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선택의 각자의 취향과 신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방학이 지나고 나면 들려오는 말들 중에 방학 내내 시켜봤지만 별 효과가 없다든지 돈만 낭비했다든지 등등. 하지만 돌이켜 보면 대학 시절 여름학기를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었던 분들은 여름 학기가 정규학기 보다 훨씬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짧은 기간 동안에 동일한 내용을 배워야 한다면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더구나 여러 과목을 해야한다면 그 어려움은 훨씬 더 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여름 방학도 마찬가지다. 학원, 개인지도, 봉사활동, 기타 등등으로 소위 "뺑뺑이"이를 돌게 되면 여름방학은 오히려 새학년 준비에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선행학습의 효과는 얼마만큼 충실히 선행학습 했느냐에 달린 것이다. 1년 과정의 과목을 방학 동안에 그것도 몇 과목씩 다 해치워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과욕이 아닐까 싶다. 겉핥기 속도전에 매달리는 공부는 머리 속에도 껍데기만 남기 마련이다. 때문에 방학이 끝나고 나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남는 게 별로 없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아이들은 방학동안에 정신없이 몰아친 부모를 원망하고 그들의 교육 방식에 불신을 보내기 십상이다. 물론 그래도 안한 것보다는 낫지 않나 하는 위안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고작 한뼘도 안된다면 무의미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선행 학습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해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넘치면 모자란 만 못한 것처럼 감당 할 수 있는 내에서 현명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책 한 권을 끝내냐 못끝내냐에 연연해하지 말고 내용을 충실히 잘 배웠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수학의 경우 남들 보다 최소한 1년 이상 앞서 갔느냐에 목숨 거는 학부모님들이 많다. 하지만 제대로 배우지 않고 무리하게 진도만 나간 경우 그 결과는 모든 시험에서 나타난다. 풀이 과정에 시작은 있으나 그 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들은 바는 있어 시작은 했으나 어떻게 끝을 맺을 줄 모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공부족이다.
월드컵이 끝났다. 각 대륙을 대표해서 월드컵에 나왔지만 내공의 차이로 심한 좌절을 겪고 있는 팀들을 볼 때 안타깝기 이를 때 없었다. 특히 한국이 아르헨티나에게 처참하게 졌을 때 심정은 참담하기도 했다. 실력 차다. 아르헨티나는 재능과 수준높은 지도자와 철저하고 집중적인 훈련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선수들의 집단이기에 아직 그런 면에서 부족한 우리나라 팀을 이긴 것이다.
선행학습도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좋은 스승, 능력을 최소의 과목에 집중하는 집중력 그리고 자기 속도에 맞는 속도조절 학습법. 이런 학습은 오랫동안 머리에 남고 그 결과를 유감없이 보여주게 된다. 이것이 선행학습 효과인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이 지나고 과욕으로 상처받는 학생도 괜히 자식의 능력 부족을 탓하면 실망하는 부모도 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