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할머니·할아버지의 영어 실력을 ‘쑤욱~’ 올려드리고 싶어요."
뉴욕한인봉사센터(KCS) 플러싱경로회관 중급 영어반이 최근 한인 고교생 자원봉사자 4명을 방학동안 수업을 맡아 지도할 새로운 영어교사로 맞이했다.
13일부터 실제로 수업을 이끌고 있는 한인 고교생 교사들은 본보와 KCS가 공동주최하는 ‘2010 하계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YCAP)’에 참가 중인 에리카 이(카도조고교·11학년 진급예정)양, 다니엘 이(브롱스과학고·11학년 진급예정), 케니 김(애비에이션고교·12학년 진급예정), 필립 강(로즐린고교·11학년 진급예정)군 등으로 총 7주 동안 나름의 영어 학습비법을 한인 노인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노인 수강생들은 중급반이라면 비록 유창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실생활에서 필요한 대화는 영어로 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냐며 방학동안 특별지도를 맡은 한인 고교생 교사들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크다. 필립 강군은 "외아들로 자란 탓에 동생이나 후배를 가르쳐 본 경험이 없어 이번에 영어교사로 자원 봉사하는 기분이 색다르고 신난다. 한국어가 서툴지만 어른들에게 영어를 설명할 땐 한국
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덕분에 내 한국어 실력 향상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기는 마찬가지라는 다니엘 이군도 "어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생활영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공부하는동안 어른들이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영어실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려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케니 김군은 "어른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교사인 내가 잘못 이해해 엉뚱한 답변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점도 없지 않지만 최대한 이해하고 실수는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조부모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는 에리카 이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영어를 가르쳐 드리면서 귀여움도 받고 있어 조부모를 대하듯 아주 기분이 좋다. 지난해 YCAP에서는 양로원에서 자원봉사 했었는데 정도 들고 보람도 컸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훨씬 편한 미국 출생 2세들이어서 노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수업 내용을 설명해야할 때 가장 긴장된다고 입을 모았다.
수업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은 강의가 전반적으로 서툴고 어색하지만 원어민 수준의 영어발음과 일반 영어교실에서 배우기 힘든 알짜배기 실생활 영어만큼은 방학 동안 완벽히 지도하겠다는 각오로 가능하면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즐거운 고민으로 수업준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보라 기자> borajung@koreatimes.com
KCS 플러싱경로회관의 자원봉사자 필립 강(왼쪽부터), 케니 김, 다니엘 이군과 에리카 이양이 노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