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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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 - 다 같은 이자율이 아니다

2010-07-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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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기 위해 계약을 하고 융자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해온 손님이 있었다. 이자율과 비용을 물어와 대답을 해 주었더니 왜 필자가 제시한 이자율이 다른 경쟁은행이나 융자회사(브로커)가 제시하는 이자율보다도 높으냐고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이것저것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아낼 수가 있었다. 필자가 제시한 이자율은 당일(이자율을 샤핑하는 날) 락인이 가능한 이자율이었고, 다른 은행이나 융자회사 직원이 제시한 이자율은 그렇지 않은 이자율이었기 때문이었다.

락인이 가능한 이자율과 그렇지 않은 이자율은 무엇이 다른가? 하늘과 땅 만큼 다르다. 당일 락인이 가능한 이자율과 달리 락인이 불가능한 이자율은 융자 에이전트가 이른바 low-balling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즉 손님을 우선 잡아두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락인이 불가능한 낮은 이자율을 제시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손님의 입장에서 한번 어디서 낮은 이자율을 들으면 그것이 락인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좀처럼 그 이상의 이자율은 귀에 잘 들어오질 않는 경향이 있다.

손님의 이러한 경향을 이용하여 일단 손님을 끌어들인 후 에스크로 종결이 임박해서 다행히 시중 금리가 더 내려갔을 경우에는 애초에 제시했던 이자율로 락인을 해주고, 반면에 시중금리가 변하지 않았거나 올라갔을 경우에는 이를 핑계로 애초에 제시했던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율로 융자를 해주는 방법이 전형적인 로우볼링의 형태이다.

손님이 나중에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아도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융자서류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손님의 입장에서는 융자 진행기간에 금융시장 변동 리스크와 거래 상대방(에이전트)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다.

만약 융자진행 기간에 시중금리가 더 올라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손님께 되물었다. 손님은 융자 에이전트가 이자율은 절대로 안 올라가고 올라가더라도 약속한 이자율에 융자를 해 주겠다고 개런티를 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귀신도 모른다는 금융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한낱 융자 에이전트가 예측하고 세상에 금융시장에 개런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지난 수개월 동안 모기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요즘 융자시장에 이런 사기적인 행태가 만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투자사기 형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며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폰지 사기(Ponzi Scheme)라는 것이 있다. 실질적으로 아무런 가치 상승은 없으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이용하여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정상적인 투자가 보장할 수 없는 고수익을 단기간에 매우 안정적으로 보장해 준다고 광고한다. 이 폰지 사기극에는 돈이 아주 많은 부자들을 비롯하여 유명 연예인, 정치인, 교수들까지도 결려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로우볼링에 걸려들고 폰지 사기극에 당하는 이유는 이들이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탐욕과 공포의 양면 중 탐욕의 측면만 교묘히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뭔가 다르겠지 라는 생각으로 손실에 대한 공포를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험을 느낄 수 있을 때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 위험에 대한 자각이 없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13)393-6334


스티브 양 <웰스파고 론오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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