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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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부모 분노조절 기술

2010-06-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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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도 그대로 보고 배워
대화로 푸는 연습 계속해야


초등학교 4학년 에이미가 필자에게 지난 주말 저녁에 엄마와 아빠가 심하게 다투어서 무서웠다고 했다. “I was very scared.” 에이미는 무서워서 우는 두 살 아래 동생을 자신의 이불 속으로 불러들여서 꼭 껴안고 함께 잠을 잤다고 했다.

학교에 나가서 초·중·고등학교들을 심리치료하면서 필자는 이들이 말하는 부모들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 중에 엄마·아빠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자주 다툰다는 말을 접하게 된다.


“My mom and dad argue a lot.” “They don’t know how to solve their problems without fighting.”

엄마·아빠가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도 자주 말다툼을 하며, 또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싸우지 않고 올바르게 해결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좀처럼 보여주지 못 한다는 지적을 아이들로부터 직접 듣고는 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도 학교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에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부모들의 방법을 취하고 있음을 필자는 보고 있다. 폭언, 폭력 아니면 등을 돌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는 한다.
인간관계 속의 문제해결능력은 감정관리 능력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져 있다.

“화가 나 눈에 보이는 게 없는데 대화는 무슨 대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분노가 다른 사람 또는 자녀들 때문이며, 순식간에 이성을 잃고 과격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 부모들은 분노라는 감정과 이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행위 이 두 가지를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히 다른 두 가지 현상이다. 분노는 편도 핵이라는 대뇌 신경조직이 불러일으키는 신경계의 화학적 반응이다.
배가 고프면 위와 장에서 대뇌로 신경 시그널을 전달해서 배고픔을 알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허기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 즉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허기를 느끼는 것과는 다른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분노라는 감정이 발생하였다 해도 이것을 폭력이나 폭언을 동원하여 행동으로 나타내는 일은 분노감정 그 자체와는 또 다른 신경계 활동이 필요하다. 주먹을 쥐게 만들거나 폭언에 사용될 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 자녀, 그리고 또 다른 인간관계에서 분노라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 그리고 자녀들 앞에서 언쟁과 등 돌리기 아닌 대화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기술 몇 가지를 알아보겠다.

1)기분을 그대로 말로 표현하여서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자신의 기분을 분노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말로 표현하는 일이 불안하고 때로는 두렵기조차 하다고 말한다. 매우 역설적으로 들리겠으나 이들은 상대방의 비위를 거슬릴까 봐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불편하고 불안한 기분도 역시 대뇌 신경조직의 반응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여보. 나 정말 가슴이 터져버릴 정도로 화가 나네.”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말로 표현하도록 한다.

2)상대방을 마주한 채로 기분 전달하는 기술. 이것도 마찬가지로 불편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회피하지 않고 얼굴을 보면서 가까이서 자신의 기분을 그대로 말로써 전달한다. 상한 기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아이들이나 친구들)이나 또는 다른 대상(술, 담배 등)에 의존하지 않고 상대방을 마주하고 내 생각, 기분을 전달한다.

3)상대방이 묻는 말에 내가 아는 그대로 대답하기. “내 자동차 열쇠 어디 있는지 몰라?” 이런 질문에 모르면 “모른다.” 알면 “부엌 선반에.” 이렇게만 대답하면 된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좀 잘 챙겨두지 않고서.” 이건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4)책망 멈추기. 아내 또는 남편이 맘에 들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냥 말없이 상대방을 지켜보아 준다. 실수를 저지른 당사자의 심정이 어떨지에 대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말없이 상대방의 행동을 지켜본다. 뭔가 한마디 쏘아주고 싶어 입이 가려워도 그냥 지켜보아 준다.

5)기분에 귀 기울이기. “여보. 나 오늘 퇴근길에 교통위반 티켓 받았어.” 이런 말을 하는 아내에게 “당신은 운전할 때 왜 그렇게 조심하지 못해?” 하지 않고,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뒤 쫓아 왔을 때, 그리고 길에 서서 티켓을 받을 때, 그리고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당황해 하는 아내의 심정에 귀를 기울여 보면 아내의 심정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말이 필요한지도 알게 된다. “그래, 무섭고 창피했겠네.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런 말과 행동이 아내의 심정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기분에 공감하는 것이 된다.

6)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위의 대화기술들을 실제로 사용해서 문제 해결하는 능력 본보이기. 위의 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하여서 폭언,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아이들 앞에서 행해 보인다.

이런 대화기술은 하루아침에 익혀지지 않는다. 실생활에서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기술은 연습하면 차츰 수월해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해결 능력은 대뇌 전두엽의 기능 변화에 기초하여서 편도 핵의 제어를 매우 수월하게 만든다.

(213)234-8268


리처드 손 <하버드 카운슬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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