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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미국 미술대학의 심사방법과 기준

2010-06-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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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욱<우기아트>

한국의 미술대학과 달리 미국의 미술대학 입시전형은 정부의 간섭 없이 각 대학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기에 미국의 미술대학은 각 대학마다의 전공별 특수성을 살리고 타 대학과 개성있는 차별화를 시키면서 수준높은 교수를 임용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혹은 몇년씩 입시제도가 달라지는 한국과는 달리 오랜 세월동안 미국
의 입시미술은 큰 변동없이 이어지고 있다. 굳이 조금씩 달라지는 변수가 있다면 원서마감일, Home Test 주제, 완성된 작품을 슬라이드대신 CD에 담아 제출해야 하는 점, 또는 학교의 웹사이트에 막바로 업로드 시켜야 하는 점과 높아지는 학과성적 등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실질적인 미술교육의 본질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별 긴장이 없다보니 고등학교 미술선생들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적극적인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미술대회나 전시 등의 준비도 마련해 주면서 다방면으로 미술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과는 달리 획일화 된 테크닉위주와 암기된 실기방식이 아니라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작품의 표현에 있어서 재료나 장르에 구분 없
이 다양하고 자유로운 작품을 요구하므로 사실 어찌 보면 한국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기능인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라면 미국은 표현의 매체에 구분이 없는 진정한 예능인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미국의 미술대학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진다. 1)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종합대학에 속한 미술대학 예를들면 코넬, 콜럼비아, 예일, NYU등과 2) 아트 실기 전문과정 교육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프렛, 파슨즈, 리즈디, SVA, SAIC (시카고 미술대학)등의 2년제 또는 4년제의 미술전문대학교로 구분이 된다. 대체적으로 미술전문대학들 (2)은 미술의 영재성을 많은 비중으로 심사하
는 반면 종합대학 (1)의 경우는 미술만이 아닌 다방면의 재능을 갖춘 ‘르네상스 펠로우’같은 학생을 위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꾸준한 특별 과외 활동, 봉사활동, 입상경력 등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춘 학생을 선호한다. 따라서 어찌 보면 미국에서의 입시는 더욱 치열하고 학생들 또한 해야 할일들이 많아 너무 바쁘다.

포트폴리오의 내용도 조금은 틀리다. 미술전문대학교 (2)에서는 사물을 직접보고 그린 목탄, 연필 또는 파스텔의 드로잉을 반드시 3-4점 첨부하라고 하지만 NYU나 예일 등 대학교의 경우에는 그런 드로잉이 아닌 아주 컨셉츄얼한 작품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이미 정물 드로잉 등은 당연히 잘 그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테크닉은 시간과 비례하여 결국 실력이 늘 수밖에 없지만 아이디어는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경험 그리고 올바른 훈련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테크닉이 아닌 창의적이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작품을 심사의 기준으로 삼는다. 즉 하나의 작품집을 보더라도 그 학생의
관심과 지적인 수준이 그대로 보여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종합대학에 속한 미술대학 (1)이 다 컨셉츄얼한 작품을 원하는 건 아니다. 건축으로 유명한 시라큐스대학에서 요구하는 작품의 질이 다르며 아이비리그에 속해 있는 미술대학 즉 코넬과 예일대학은 심사기준이 또 다르다.

올해 미술대학에서 49명만을 합격시킨 코넬은 미술대학 지원자는 따로 분류하여 심사를 하지만 예일은 미술전공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따로 심사를 하지 않는다. 전공에 구분 없이 지원자 전체를 같이 평가하고 심사하기 때문에 입학이 어찌 보면 더욱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해마다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포트폴리오의 작품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각 대학마다 작품 수, 작품의 질, 학교 GPA, SAT 성적 등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해마다 업데이트된 정확한 정보와 나만의 개성있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 것 이다.

미국의 미술대학 지원과정 중에 또한 중요시 여기는 절차는 각 대학과의 인터뷰이다. 인터뷰는 서류나 포트폴리오에서 볼 수 없는 다단계의 절차과정 중의 하나로 학생의 잠재력이나 적성 및 인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오랜입시 미술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각 대학에서의 인터뷰의 과정이나 질문의 방법을 분석을 해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종합대학에 속해있는 미술대학 (1) 과 아트 실기 전문과정인 미술전문대학의 경우 가 그예인데 종합대학에 속한 미술대학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인터뷰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너무 멀어서
학교에 직접 갈 수 없을 경우에는 그 타운의 동문들이 본인의 사무실 등에 초대를 하여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간혹은 미술전공이 아닌 전혀 다른 직종의 동문들이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미술전문대학교는 집으로부터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까지 200마일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는 포트폴리오만 보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물론 직접학교를 찾아가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작품설명을 하면서 학교에 꼭 입학하고 싶다고 본인의 의지를 알리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인터뷰는 참고사항이다. 간혹 대학이나 내셔날 포트폴리오 대회에서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포트폴리오는 합격했으니 나중에 따로 또 포트폴리오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사실 장학
금을 바라본다면 아무리 그 자리에서 포트폴리오가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원서마감일전까지 각 학교에서 원하는 포맷으로 제작된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보내야 한다. 즉, 여러 입학사정관들의 심사에 따라 장학금이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만 잘 그려서 또는 공부만 잘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없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학생 그리고 일찌기 솔수수범 실천한 봉사활동을 통하여 배운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인도적인 자세의 중요성까지 심사의 절차로 고려한다는 것이 미국과 한국의 입시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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