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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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노스퀸즈커뮤니티고 임은총 군

2010-06-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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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감 수여 ‘올해의 장한 학생상’

▶ “둘도 없는 효자지만 진로 결정은 내가”

매년 노인단체가 뉴욕의 효자, 효부상을 시상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효도’의 개념은 한국에서 만큼의 무게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한국의 학교에서 혹은 사회의 어른들에게 “인간의 가장 중요한 도리”로 교육받았던 적극적인 효의 개념을 자녀들에게 똑같이 강조하는 한인 부모 역시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집에서 자녀들이 살갑게 한국말로 대화 한번 제대로 안 나누려 하더라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고 자신의 할 일을 똑바로 잘해서 ‘미국사회의 주류로 잘 사는 것을’ 효도라고 여길 뿐이다.

16일 조엘 클라인 교육감이 수여하는 올해의 장한학생상을 받은 노스퀸즈커뮤니티고 임은총(아브라함 임)군은 그런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효자에 가깝다. 퀸즈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은총군은 12살에 아버지를 잃고 잠시 방황에 빠졌지만 꿋꿋하게 어머니를 모시며 모범 고등학생으로 큰 상까지 받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을 환경속에서도 학업과 봉사를 게을리하지 않은 성실성, 11개 대학에서 동시에 입학 허가를 받은 학업 성취도도 대견하지만 은총군은 정말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끔찍하다.

청과, 수산, 델리, 세탁업 등 자신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부모 독자에게 “혹시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매일같이 하교길에 가게에 들러 안부를 살피느냐?”고 묻는다면 몇 명이나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임군은 졸업을 앞둔 요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후 3시 30분이면 어머니 레베카 임씨가 운영하는 플러싱 유니언 스트릿의 세탁소에 들러 인사를 한 후에야 자신의 학업과 방과 후 활동을 시작한다.


레베카 임씨는 은총군이 2살이 되던 해 처음 탄 비행기 안에서 팝콘을 일일이 승객들에게 나눠주었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단순히 나한테만 잘 하는 것이 아니고 속이 깊고 동정심이 많아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라고 아들의 성정을 칭찬했다. 그리고 “그림, 수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재주가 많았던 아들을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이 아니었더라면 더욱 지원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은총군이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안 아들이었다는 것은 그의 완벽한 한국어 실력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학교 교사라면 잘 알겠지만 2세 한인들에게 꾸준히 한국어를 사용하게 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고 영어와 섞어서라도 집에서 부모에게 한국말을 써주면 고마운 일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집에서는 절대 한국말만 사용해라”라고 말한 이후 은총군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부모의 말을 잘 듣는 효자지만 은총군은 자기 주관만큼은 확실하다. 홀어머니가 아무리 간곡하게 의사와 변호사의 길을 부탁했지만, 그리고 그 길을 갈 수 있는 능력도 있지만 올 가을 파일럿이 되기 위해 플로리다주의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에 진학한다. 항공대학의 하바드로 불리는 명문학교다. 은총군은 “어머니를 아무리 사랑하지만 나의 인생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는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이루겠다고 당차게 말한다.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김씨도 가게를 정리하고 플로리다로 이주할 계획이다. 아직 플러싱에 한인 상가가 없을 때 문을 열어 20년 넘게 운영하던 정든 업소지만 아들의 학업과 생활을 뒷받침해야 하는 어머니로서는 미련이 없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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