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붙여졌던 별명 중에 하나가 “FM”이었다.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웃으며 ‘순음’이란다. 어떻게 들으면 좋은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으면 욕인 것 같기도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난 빵집이나 극장을 간 적도 없고 남자아이들 하고 말도 섞지 않을 정도로 도덕책처럼 행하고 그와 다른 행동을 경멸했다. 이성 관계를 악으로까지 강하게 부정했던 교과서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 왕따를 당하고도 상황파악을 못하는 멍청이였다. 그렇게 불경시하는 이성 교재는 언제부터 허용되는 것이며, 학교 교육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 성교육은 어떻게 배우는 것인지 참 궁금했다. 왜 학교에서는 어느 때부터 이성을 사귀어도 되고 이에 따른 책임감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교육을 배재했던 것일까?
문제는 그것이 21세기가 된 지금도 불문율이란 점이다.
아직도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경험자인 부모나 학문의 체계를 갖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친구나 뒷골목 책자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배우거나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아픈 경험을 통해서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미국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성에 대한 기본지식을 계란이나 인형을 24시간 돌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통해 성과 책임감을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커트매쳐(Guttmacher Institute, 2009) 연구 조사에 의하면 미국 15~19세 학생의 50%정도가 성경험을 했으며 그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으면 미 전체 임신의 7%와 임신중절의 2%를 이들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볼 때 아직도 적극적인 성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일반 학생들의 성경험에 대한 연구나 대처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의 성교육과 그들의 성행위에 대한 연구나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성적인 감정은 인지능력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생활 연령인 신체의 성숙과 호르몬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지적 장애인의 경우에도 사춘기를 통해 남성과 여성으로의 신체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거치면 일반인과 똑같이 이성에 대한 생각을 하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일반 학생들이 친구들을 통해서나 서적을 통해 얻는 성에 관한 지식을 장애학생들은 접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더욱 더 필요한 것이다.
장애학생이 교실이나 공공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 장애학생들을 마치 성도착 증세를 가지고 있다거나 성적 행위를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성교육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학생을 위한 성교육은 자위로 허용되는 행위와 자신만의 공간과 공공장소와의 차이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신체부위도 정확한 명칭으로 가르쳐야 하고 자신의 신체부위를 가르칠 때도 수영복을 입었을 때 가려지는 부분은 남이 만지면 안 되고 나도 남의 가려진 부분은 만지면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성적 자극을 줄 수 있는 행위에 쾌감을 느끼는 시기일수록 학교나 가정에서의 활동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이 되도록 신경을 써야 하며, 이성을 만났을 때 인사로 악수 하거나 간단한 포옹을 하는 것을 가르쳐 호르몬에 의한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면서도 다른 재미있는 활동으로 분산시켜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 일반인보다 성적 학대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일반아동의 경우 여아의 25% 정도와 남아의 16%가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것에 비해 지적 장애 여아의 83%, 남아의 32%가 성적 학대의 대상인 것을 보아도 놀라운 차이가 있다(위스콘신 자료집, 2003). 이러한 경우를 위해서도 지적 장애인이 구체적으로 인형이나 자신의 신체부위의 명칭과 개인적인 신체부위인 점을 구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지문채취를 하여 전과기록을 조사하도록 되어 있다. 지역사회의 장애인 프로그램에서도 자원봉사자의 그러한 기록조사의 과정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효선 교수 /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