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정 26학군 교육위원
몇년 전 한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집으로 오는 날 뉴욕시 교육국에서 이민 부모들 및 소수민족 부모들의 의견을 듣는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순간 심한 갈등이 몰려왔다. 내 집에 오는 중요한 손님이고 내가 모시러 가야하는데 정작 중요한 회의가 같은 날 있으니. 그때는 교육위원도 아니고 내가 발언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반영이 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동안 학부모들을 도우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나의 생각을 전달하기로 결정을 했다. 손님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뉴욕시 공립학교 시스템에 대해 아시안 부모로서 의견을 내기 위해 교육국 회의에 참석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진정으로 수렴하기 위해 회의는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었고 나는 여러 가지 중요한 사항들의 의견을 발표하였다. 학부모의 의무를 다하고 당당히 권리를 찾는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 중 많은 이민부모들이 겪고 있는 큰 고충의 하나인 영어 통역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나는 너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민부모를 위해 뉴욕시는 각 학교에 예산을 배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학교들로부터 통역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직원은 물론 심지어 학교 교장까지도 통역서비스가 없다고 한다.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주는 사람은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하니. 그나마 부모가 요청한 언어를 구사하는 교직원이 있는 학교들은 자체내 제한된 통역서비스를 해준다. 언어구사가 가능한 교직원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통역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몇 년 후에 교육위원이 되고 난 후 각 학교마다 통역 서비스가 있음을 알았다. 일부 학교들은 통역서비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가 다른 학부모들을 도와주려다 우연히 교장에게 물어보았을 때 분명히 없다고 했고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통역이 안된다고 하며 불편을 호소했다. 그런데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 몇몇 학교들은 지금까지도 통역 서비스가 없다고 학부모들에게 말하고 있다.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을 경험하고 다른 학부모들의 불평을 듣고 있던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이렇게 잘 이루어지지 않는 통역서비스를 다시 한번 검토해보기로 했다.
뉴욕시 교육국의 통역서비스의 홍보가 미흡하다. 교육국 관계자는 모든 예산을 학교에 주었다고 몇 년 전 나에게 말했다. 누구라고 이야기하면 공립학교 관계자들은 다 알만한 위치에 있는 그가 말한 것은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또한 그는 학교가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 학부모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했다. 정말 공립학교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뉴욕시 교육국의 높은 지위에 있는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으며 공립학교의 통역서비스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왜 필요한지? 각 학교 웹사이트에 통번역 서비스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각 학교마다 전시해야할 통번역 공고문조차도 학교 내 어디에도 부착되어 있지 않은 학교가 매우 많다. 학교가 통역서비스가 없다하고 안내문도 없고 학교 웹사이트에도 알려있지 않는다면 어떻게 부모들이 통역서비스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통역서비스가 없다고 하는 학교, 나와 전화통화를 한 몇몇 학교들의 교직원들은 왜 통역을 해야 하느냐 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정말 어이없는 현실이다. 말도 안 되고 실행되지도 않는 서비스가 이민자부모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현실이다. 뉴욕시 교육국은 이민자부모들을 위해 실행되지도 않고 있는 전시용 정책을 만드는 대표적인 예가 이민자 부모들을 위한 통번역 서비스일 것이다. 학교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학부모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서 영어가 불편한 이민부모들의 창구를 닫아 놓은 채 관심 밖인 양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영어통역이 필요한 부모들의 심정을 누가 알까? 무슨 일이 있거나 상담을 받고 싶어도 대화의 창구가 열려있지 않은 뉴욕시 공립학교의 제도에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히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뉴욕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부모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통역관이 옆에서 통역을 안한다는 이유로 이용을 안한다는 일부 부모들도 있다. 수많은 이민자 부모들의 통역을 통역관이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현재 뉴욕시 공립학교에는 전화 3자 통역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금년 2월초에 시교육국은 영어가 불편한 학부모들을 위해 각 학교의 학부모 조정관(Parent coordinator)에게 Language Access Kit을 발송했으나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6학군내의 대부분의 학교의 교직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통역이 필요한 부모들은 학교에 가서 전화 통역서비스를 원한다고 꼭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그러면 학교에서 통역관에게 전화를 해서 통역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영어 때문에 어려운 일에 직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당한 요구를 하여 학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찾기를 바란다.
얼마 전 도움을 요청한 화가 난 한인부모는 항상 억울하게 누명쓰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학교관계자를 만나려고 하는데 학교관계자는 “부모가 통역관을 직접 데리고 와야 한다.”하여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 통역서비스를 알려주면서 어떻게 학교직원과 억울한 내용을 풀어나가야 할지 요령을 알려주었고 아이가 정말 잘못한 것이 없을 경우 당당하게 학교로부터 사과까지 받으라고 알려주었다. 아이의 누적된 억울한 사연을 들으면서 아픈 마음을 쓸
어내렸다. 언제쯤 부당한 일을 당하는 학생이 없을까? 아이의 고통을 보고 있는 부모의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 억울한 사연을 접할 때마다 언제쯤 이런 일이 더 이상 생기질 않을까? 간절히 기도하며 잘 될 거라 용기를 주고 그 다음날 다시 통화를 했을 때에는 통역서비스가 없다고 주장하던 학교직원은 미리 다 알고 간 학부모의 당당한 요구에 당황하더니 허겁지겁 통역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다. 어린 자녀의 억울함이 풀렸으며 학교 측으로부터 사과까지 받았다고 한다.
오랜 동안 쌓인 억울함과 고통에 마음 고생했던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이 기회에 부모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많이 배웠고 당당히 학교에 요구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며 되찾은 밝은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또한 그 어린학생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로 향할 수 있게 됨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