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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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작업 중

2010-05-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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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작업복을 입고 작업하는 사람, 양복과 정장을 입고 작업하는 사람, 벌거벗고 작업하는 사람, 혼자서 작업하는 사람, 함께 공동체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 어떤 때는 혼자서 또 어떤 때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우리는 모두 작업 중이다. 인생도 마치 ‘현재진행형’ 작업인 것 같다. 성장하는 작업, 나이 드는 작업, 삶을 마감하는 준비를 하는 작업, 새로운 생명을 출산하는 작업, 창작의 작업,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준비 작업 등등의 다양한 작업이 있다. 헌데 사람을 만드는 작업이야 말로 참으로 힘이 드는 작업인 것 같다.

이 주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는 것 같다. 특히 “교육은 무엇인가?” “참된 인간이란 무엇일까?”, “종교는 나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까?”, “나는 왜 이런 질문을 하나?” 등등의 질문을 하게 된다. 부시 정권에서 시작된 교육개혁안인 NCLB와 오바마 정권의 Race to the Top과 같은 관점에서 “교육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답하려면 “시험 잘 봐서 통계 숫자 놀이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나는 대답하고 싶다. 이러한 교육에 관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어떠한 대답이 나올까 궁금하다. 학생들은 왜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모들은 왜 자녀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다지 선다형 문제를 매우 좋아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럼 나도 한번 오지 선다형 문제를 몇 개 던져 본다.


1. 교육은 왜 필요한가?

a. 좋은 학교 졸업해 좋은 직장 잡아서 잘 살기를 원해.
b. 참된 인간이 되길 바래.
c. 내가 좋은 교육을 못 받았기에, 내 자식은 나 보다 더 나은 삶을 꾸려 나가길 원해.
d. 그냥 남들이 다 학교 다니고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좋은 학군 따라 이리 저리 이사 하면서 좋은 결과를 맺기 위해.

답은 제 각각이 틀릴 것이라 생각된다.

두번째 질문:

2.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a. 학생들을 몸과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해 다듬고, 가르치고, 참아주고, 격려 해주고, 한명 한명을 내 자식처럼 사랑 할 줄 아는 사람
b. 편히 여름 방학도 즐기고 또 조금은 존경심을 받는 사람
c. 미국에서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서 못하는 것을 나는 해냈다고 과시할 수 있는 사람
d. 교사라는 직업은 그냥 돈 받고 하는 직업이니 별 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소위 우리가 한인 사회의 지도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도 묻고 싶다.

3. 미국(뉴욕)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한국교육과 어떻게 다른가?


a. 미국교육이 한국교육보다 월등하다. 그래서 조기 유학생들이 많고 한국처럼 치열한 경쟁을 안해도 돈만 있으면 적당히 사립학교를 보낼 수 있어서 좋다.

b. 미국교육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노력한 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공평한 교육 시스템이다.

c. 한국교육과 미국교육이 다른 점들이 많지만 미국교육이 그래도 한국교육보다는 좀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d. 미국이나 한국이나 교육은 교육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은 한국교육을 받고 미국에 사는 사람은 미국교육을 받으면 된다. 비교할 것도 없다.

질문은 우리에게 답을 찾게 해주고 하나의 답은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는 5000년 전에 이런 ‘문답식교육’의 방법으로 교육을 실천했다.

나는 과학을 가르치면서 언젠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또 질문을 하도록 유도한다. 교사의 역할을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창조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매번 교사가 가르쳐 주는 지식만을 달달 외우는 게 교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과서의 지식들도 한가지 관점에서 주로 써진 것이 아닌가. 현재 텍사스주에서는 사회, 과학과 같은 과목의 교과서들이 편향된 관점에서 집필된 문제를 두고 신랄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역사는 누구의 관점에서, 어떻게, 어떤 내용을 교과서에 포함해야 하는가? 역사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창조론이 옳은가? 진보론이 옳은가? 논쟁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우리 모두가 ‘비판적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하고 답을 찾고 답의 증거를 찾고 또 질문하고 스스로 지식과 지혜를 구성하고 자신의 재산으로 만드는 비판적 교육 말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사고에 대해 스스로 근거를 찾고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새가 주어지는 먹이를 그냥 ‘받아먹는’ 교육이 아니라 받아먹기 전에 우선 그 먹이를 분석하고 판단하고 또 내 먹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그러한 비판적 교육을 통해서 이다.

이런 교육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배움이다. 교사와 부모의 도움을 밑바탕으로 자신의 인생과 지식을 꾸려 나가는 작업을 하는 교육이다. 또 변화가 필요할 땐 스스로 변화할 줄 아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이런 인간을 교육하는 작업을 ‘참교사’가 한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질문한다. 나는 오늘도 비판하고 판단한다. 나는 또 질문 할 것이고 생각할 것이고 비판하고 또 판단할 것이다. 이런 작업에 나만의 현실을 개척하고 싶다. 그래서 조각가가 깍고 또 깍는 조각처럼 깍이고 깍여서 완성된 인간 작품이 되고자 한다. 누가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현재진행형의 작업 중입니다.’라고 피곤과 고난과 보람을 한 숨에 담긴 목소리로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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