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이란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커다란 ‘라이프 체인징’(life changing) 이벤트이다. 청소년 때에는 구조화된 삶 속에서 살았다. 학교는 집근처 15분 거리에 있었고 동네 서점이며 극장가, 샤핑몰도 빤했고 이웃들은 숟가락이 몇 개인지 훤히 셀 정도로 서로 친숙했다. 그런데 이젠 낯선 타지에서 혼자 적응해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 진학생들은 5월1일로 자신이 입학하는 대학을 선택한다. 이제부터 입시 전쟁에서는 벗어났지만 또 다른 전투인 입학 준비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대학 첫 수업이 시작되기까지는 4~5개월. 그동안 대학 진학생 및 학부모들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모아본다.
기숙사 생활 룸메이트와 잘 지낼 방법 미리 생각해 두고
오리엔테이션 참석·은행계좌 오픈·건강보험 가입 필수
▲기숙사 생활을 미리 준비한다.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과 1년 동안 같이 산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자야 하는 시간에 밤늦게까지 불 밝히고 책을 보지 않나, 한참 자야하는 새벽시간에 알람시계로 천지를 진동시키지를 않나, 시도 때도 없이 친구를 불러들이질 않나, 그야말로 ‘웬수’같은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숙사 생활이다.
일단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기숙사의 방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룸메이트와 지나다 보면 공간 사용과 관련되어 서로간의 마찰이 심할 수 있다. 기숙사에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지를 지금부터 심사숙고하는 것이 스마트하다.
대학생활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없는 키보드 등 대형 악기나 불필요한 가구 등은 기숙사에 들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화초를 좋아하기 때문에 1~2개 화분을 가지고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은데 룸메이트가 식물을 싫어한다면 화분이 분쟁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룸메이트와는 서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규칙을 정할 때는 문제나 사건의 핵심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와 직접 부딪혀야 한다. 미적거리거나 두루 뭉실하게 넘어갔다가 나중에 다른 소리하면 서로 상처를 받게 된다. 친구는 언제 몇 명까지만 방문할 수 있다던지, 공부시간은 언제로 정한다던지, 서로의 물건은 빌릴 수 있는 것이 있고 빌릴 수 없는 물건이 있다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청소에 관해서도 서로 원하는 조건을 제시, 사소한 것으로 마음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룸메이트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은행 및 크레딧 유니온(Credit Unions)에 대해 알아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을 대학생활 시작과 함께 은행에 구좌를 오픈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대형 대학에는 은행이나 크레딧 유니온이 캠퍼스에 위치해 있다. 캠퍼스에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해 이곳에 구좌를 오픈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캠퍼스에 있는 금융기관을 이용하면서 편리한 점이 많다. 수수료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학부모들을 구좌 오픈과 함께 자녀가 책임감 있게 돈을 지출할 수 있도록 미리 교육한다. 입학 후 수백·수천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자녀가 이런 저런 이유로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오면 학부모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예산을 정해서 필요한 만큼 지출을 하도록 지금부터 서로 의견을 나눠야 한다.
▲오리엔테이션을 신청한다.
얼마 후면 오리엔테이션 초청장을 받아놓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망설이는 부모와 학생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중고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야 주로 한 동네에서 이루어지니까 하루 저녁시간 내면 되지만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보통 2~3일 연장으로 진행되므로 현재 인근 대학에서 서머스쿨에 등록해 있거나 인턴십이라도 하고 있다면 시간 내기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원만한 연착륙을 위해 가을에 입학할 신입생은 전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일부대학에서는 학생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본인의 성향이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내리면 또 비가 내리는 대로 전천후로 아무 데서나 잘 적응하는 ‘쿠션이 강한 형’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는 꼼꼼한 타입에 매사에 정확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완벽형이라면 오리엔테이션 참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것이 좋다.
오리엔테이션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특히 ▲학기 시작 전 친구를 사귈 수 있으며 ▲캠퍼스 내와 주변을 잘 알 수 있고 ▲다양한 캠퍼스 과외활동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또한 ▲강의 등록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대학 강의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기숙사 경험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재정보조, 주거문제, 식사 플랜 등 여러 미제의 비즈니스를 해결할 수 있다.
입학하게 될 대학이 결정됐으면 앞으로 신입생들은 기숙사, 오리엔테이션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셀폰 사용구역·음주 규정 알아두면 캠퍼스 생활 편리
◆기타 알아볼 점
▲건강보험을 미리 해결한다.
캠퍼스에서 가까운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알아본다. 그동안은 자녀가 몸이 아프면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직접 병원에 가야 한다.
몸이 아프면 혼자서라도 병원에 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건강보험 문제도 미리 해결한다. 학생보험을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가지고 있는 보험이 대학에서도 적용되는지 지금 알아본다.
▲자동차 등록을 마친다.
많은 대학생들은 자동차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한다. 일단 타주로 대학을 갈 경우에는 현지의 DMV에 자동차를 등록해야 한다.
캠퍼스의 주차 시설이 잘 되어 있는지도 알아본다. UCLA를 비롯한 일부 캠퍼스는 주차비용이 매우 비싸고 주차 스페이스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캠퍼스로 그 명성이 높다. 캠퍼스에서 자동차를 몰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미리부터 알아봐야 한다.
▲셀폰 사용구역에 대해 알아본다.
일부 캠퍼스에서는 현재 자녀가 사용하고 있는 셀폰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요즘 셀폰은 학생들에게 생명줄(lifeline) 같이 중요한 존재이다.
텍스트 메시지는 물론 인터넷, 영상 메시지 등 수많은 일을 셀폰을 통해 한다. 입학과 함께 가져간 셀폰이 캠퍼스에서 작동이 안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음주에 대한 대학 규율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캠퍼스 음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매우 엄격한 음주 규율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21세 미만은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 캠퍼스에서는 21세 미만에게 술을 권해도 응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음주에 대학 규율을 위반했을 때 대학마다 취하는 조치가 다르다. 일부 대학에서는 카운슬러와 미팅을 요구하는가 하면 음주와 관련된 클래스를 강제로 듣게 하는 대학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퇴학 조치를 내리는 대학도 있다.
진학하는 대학이 음주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리는지를 학생과 학부모가 지금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캠퍼스 음주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음주에 대한 대학의 규율를 미리 알아본다.
<백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