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정경애(글로벌어린이재단 총회장)
2010-04-25 (일) 12:00:00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되어 가고, 조그만 일에도 잘 삐친다고 하던데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잘 삐치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드는 징조임에 틀림없다. 몇 일전 일이었다. 글로벌 어린이 재단(GCF) 의 UN- NGO(비정부 기관) 가입을 위해 아들과 함께 서류를 준비하다가 내 실수를 보고 던진 아들의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에 꽤나 서운함을 느꼈다. 텍스 시즌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UN- NGO가입을 위한 금년도 신청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맘이 무척 조급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인지 서류작성을 위해 온라인으로 들어가 보니 질문도 많고 UN용어도 잘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난해 UN에서 인턴십을 했던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아들과 같이 인터넷에 들어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작성한 서류가 마지막 저장해 놓는 순간에 그만 내 실수로 버튼을 잘못 눌러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혹 어딘가에 저장이 되었겠지 하며 여기 저기 찾아보다가 바보처럼 행동한 내 자신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아들까지 퉁명스럽게 나를 야단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다시 할 마음이 안 생겨 집에 오는데 아들 녀석의 태도가 내내 섭섭했다. 아들도 자신이 내뱉은 말이 마음을 편치 않게 했는지 내가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전화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또한 그 동안 GCF가 많이 성장하여 NGO 가입을 준비하는 엄마를 보니 너무 기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역시 아이들의 말 한마디는 보약이라도 되는 듯하다. 아들의 이 말 한마디에 잠깐이나마 갖고 있던 섭섭함이 싸악 가시는 것을 느꼈다. 엄마와 아들간의 사이가 다 그렇겠지만 사실 우리 모자간은 특별하다. 그래서 약간의 퉁명스러움에도 섭섭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아들 녀석은 성격이 온순하면서도 사교성이 많은데 이따금씩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을 때가 종종 있다. 지금도 나는 그렇게 털털한 편은 못 되나 전에는 완벽주의에, 성격이 칼날 같을 때가 많았다. 또한 이번에도 아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느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말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일 사랑하는 부모님에게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아무도 따라 갈수 없다. 자식에게 아무리 섭섭한 일이 있어도 늘 가슴에 묻고 사시는 우리의 부모님들. 지금이나마 아들을 통해 배우게 되어 감사하다. 그러기에 아이들을 사랑으로 더 품고 감싸주는 어미가 되기를 소망하며 작은 일에 섭섭해 하지 않는 그런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