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펌프업/ 퀸즈베이사이드고교 12학년 김영채 양

2010-04-12 (월)
크게 작게

▶ 어릴적부터 ‘북한 의료선교’ 꿈

북한 의료 선교를 꿈꾸는 김영채(18·베이사이드고교 12학년)양.

그 나이 또래에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인생을 살아갈지 확고한 신념을 갖고 당차게 밝히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이처럼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기도한 끝에 마침내 얻은 하나님의 응답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에는 막연하게 꿈꿨던 일이었지만 자라면서 점차 구체화됐고 이제는 ‘이것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북한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민 온 1.5세지만 평소 신문을 꼼꼼히 읽는 아버지가 한국은 물론, 북한의 여러 소식까지도 간접적으로 늘 전해준 덕분이다. 게다가 소아과 주치의마저 평소 북한 선교 사업에 몸담아 온 터라 병원을 찾을 때마다 북한 의료 선교 이야기로 꽃을 피울 정도다. 주치의의 격려도 큰 힘이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북한 의료 선교를 위해 포기한 것도 있다. 바로 영화감독의 꿈. 대신 평소 시간 날 때마다 직접 촬영한 가족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포토샵과 편집기 등 컴퓨터 작업도 하고 앨범도 만들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애정은 다소 독특한 가족의 공동 취미생활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당 평균 2~3편씩 가족이 함께 모여 영화를 감상한 뒤 서로의 비평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부모자식간의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장르나 소재도 골고루 섭렵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 영화는 물론, 생소한 다른 나라의 영화도 마다 않고 함께 감상할 정도다.
최근 가장 감명 깊게 가족이 함께 본 영화는 바로 인도 영화인 ‘블랙(Black)’.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접하면서 타인종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저절로 알게 됐고 살아가면서 상대가 누구이든 타인에 대한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더불어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도 지난해 치러진 제31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계기로 새삼 새록새록 커가고 있는 중이다. 특정 후보 후원 행사에서 지지연설까지 하며 적극 가담했던 경험을 통해 한인사회를 한층 더 가까이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도 사실. 동시에 한인 청소년들을 아르바이트 선거운동원으로 고용하던 후보들의 선거방식에선 한편으론 실망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다행히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키워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도중 지난달에는 뉴욕한인회와 뉴욕한인교회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3.1절 기념 웅변대회에서 중·고등부 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틈틈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주 들려주던 부모의 가르침 덕에 비록 한국식 웅변이 처음이라 어색했음에도 류관순 열사를 주제로 한 연설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단다.

2002년 월드컵을 응원하며 소장하게 된 태극기는 이후로 8년째 방 한쪽 벽에 커다랗게 걸려 있다. 태극기를 볼 때마다 미주 한인들도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마냥 뿌듯하고 든든함도 밀려든다고. 미주한인청소년재단 청소년 지도자 개발 프로그램인 와플(WAFL) 제1기 참가자로 활동하며 지난해 재단 장학생에 선발되기도 했다. 7학년 때부터 다져온 첼로 연주 실력으로는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약 중이고 교회에서는 주일학교 보조교사 이외에도 찬양팀의 드럼 연주자로도 주목 받고 있다. 올 가을 대학진학을 앞두고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을 비롯, 여러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놓은 상태지만 아직 최종 진학 대학을 놓고는 고민 중이다. 대학에서는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둔 생물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대학에 진학하면 공부만 하기보다는 대인관계를 넓히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 더불어 겁먹고 목표치를 낮추려던 습관을 과감히 떨치고 도전하는 자세로 보다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싶다고.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김양은 김태현 김정미씨 부부의 1남1녀 중 둘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