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가을학기 신입생 합격자 발표가 완료됐다. 합격자들은 이제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골라 입학절차를 밟는 일만 남았다. 이번 입시는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마다 역대 최대의 지원자 몰리면서 합격률 또한 역대 최저라는 기록을 남겼다. 다음 입시의 주인공인 11학년 학생들을 위해 이번 사립대 입시 내용을 대학입학 전문 카운슬러 이정석 박사와 함께 분석해 봤다.
지원자 증가·대학측 마케팅·지망대학 늘리기 여전
성적 기본·입학사정관 눈길 끄는 과외실적이 관건
■ 올 입시는
지난해 입시 결과가 나왔을 때 사상 최고의 경쟁이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더 심했다. 지원자들은 역대 최고의 경쟁을 겪은 셈이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선정한 탑 20대 대학 가운데 칼텍, 라이스, 노터데임, 워싱턴대학(세인트루이스)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대학 중 합격률이 증가한 곳은 단 한 개도 없었고, 전년과 같았던 예일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대학의 합격률은 모두 하락을 기록했다. 또 지원자 수 변화에서 예일과 에모리만 약간 감소했을 뿐, 나머지 14개 대학은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 지원자 증가 이유
1. 고교 졸업생이 많다
지원자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우선 고교 졸업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입학 카운슬링 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의 고교 졸업생 수는 앞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2017년께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폭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지원자 수에서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2. 대학들의 마케팅
이미 많은 유명 대학들이 11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자기 학교에 지원할 것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2010 입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대학들의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홍보에 상당한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실례로 하버드는 이미 가구당 수입 6만달러 이하인 경우 학비를 면제해 주는 정책을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는데, 다트머스는 이보다 높은 7만5,000달러까지 면제 상한선을 높였다.
3. 지원 대학 수 증가
갈수록 대학 문이 좁아진다는 입시생들의 위기감은 지원 대학 수를 늘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혹시나’하는 우려 때문에 가능한 많은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는 현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11 입시에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또 공통원서를 채택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추가서류를 제외하면 온라인상으로의 지원은 클릭 하나로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4. 학력 필요성 증대
10여년 전만 해도 중상급 대학들의 합격률은 70%나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더욱이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업과 급여에서 차지하는 학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 조기전형 지원 급증
정시전형 지원자도 크게 늘었지만, 조기전형 역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이는 정시전형에 비해 경쟁률이 낮아 어느 정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예일대의 경우 조기전형 합격률은 13.5%이지만, 정시는 5.9%에 불과했고, 다트머스는 조기가 28.9%인데 반해 정시는 9.9%에 머물렀다.
하지만 조기전형 합격률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음 입시에서는 이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합격해도 반드시 그 대학에 입학할 의무가 없는 조기전형의 EA(Early Action) 사정방식에서는 조기와 정시의 합격률 차이가 반드시 입학해야 하는 ED(Early Decision)에 비해 차이가 적다는 것이다. EA를 채택하고 있는 대학 중 MIT의 경우 조기가 10.4%, 정시 9.3%로 거의 차이가 없었고, 스탠포드는 조기 13.5%, 정시 5.8%였다.
이는 EA 지원자들이 ED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점이 적다는 판단 때문에 훨씬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전교 1등과 합격률
MIT에는 정시 1만948명과 조기 5,684 등 1만6,632명이 지원, 정시 1,021명, 조기 590명 등 총 1,611명이 합격통보를 받았다. 이 가운데 고교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한 지원자가 2,196명이나 됐지만, 실제 합격자는 25%인 427명이었다.
조기전형 없이 정시전형으로만 합격자를 선발한 하버드 대학에는 3만489명의 지원자 중 2,110명을 합격시켰다. 3만 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전교 1등이었던 지원자가 약 3,600이었는데, 결국 합격자 전원이 전교 1등이라고 가정해도 1,500명이 탈락했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물론 합격자 전원이 전교 1등 출신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이는 명문대 입시 사정방식이 성적뿐만이 아니라 대학이 요구하고, 원하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 다음 입시생들에게 많은 생각과 준비를 요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 2011 입시 전망은
이번 보다 더 어려워 질 가능성이 높다. 심리적 압박에 따른 눈치작전이 심화되고, 이는 결국 각 지원자들의 지원 대학 수를 더 늘려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요 대학들의 마케팅 역시 더욱 강화돼 학생들의 마음을 유혹할 것이 분명하다. 대학의 입장에서 가능한 많은 지원서를 받은 뒤, 누구를, 얼마나 합격시키는 것만 정확히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 준비에 변화가 필요하나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성적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입학사정관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명한 과외활동 경력과 에세이를 만드는 과정은 전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알찬 지원서는 분명 합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앞에서 보여줬듯이 전교 1등이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미국 대학의 입시이다.
이번 입시에서 남가주의 한 한인학생은 9~11학년 3년 동안 B학점을 받은 과목이 15개나 됐지만 유펜에 합격했다. 이 학생은 성적표만으로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와 관련된 리서치에 3년이란 시간을 투자했고, 보고서까지 작성했던 점을 부각시킨 것이 큰 힘이 됐다.
항상 강조하지만 GPA와 SAT 및 ACT 점수는 사정의 기본이다. 아무리 과외활동이 뛰어나도 대학 학업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면 이는 받아들여지기가 힘들다. 대신 어느 정도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근접해 있을 경우라면 지원서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 있다.
<황성락 기자>
2010 가을학기 입시는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MIT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뉴잉글랜드 퓨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