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2010-03-27 (토) 12:00:00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아마도 한인 콜택시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을 잘 표현하는 속담일 것이다. 불과 2주전까지도 콜택시 업체들은 기본요금을 6달러에서 1/3에 해당하는 2달러까지 깎겠다며 ‘출혈’경쟁을 벌였었다.
외관상 피해자는 콜택시 업주인 듯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콜택시 기사들이었다. 매주 업체에 내야하는 ‘콜비’는 그대로 인데 기본요금만 절반이하로 삭감, 가격경쟁으로 줄어드는 수익금을 고스라니 기사가 떠안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고래들 싸움에 애꿎은 새우등만 터지게 생긴 꼴이다.
결국 과당경쟁의 최대 피해자이며 약자인 ‘콜택시 기사’들이 참다못해 직접 가격경쟁 중재에 나섰다. 2년만에 와해됐던 한인TLC협회가 재조직되고 매일 밤 찬바람을 맞으며 기사 수십 명이 콜택시 업체들을 찾아가 사주와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약자인 기사들은 발언권을 얻기 위해 기자도 불렀다. 중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궁지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2주정도의 조정기간 끝에 기사들은 생명과도 같은 기본요금 사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재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는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언제 또다시 약자인 기사들이 콜택시 업체들 간의 ‘고래싸움’에 재물로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콜택시 업체의 과당경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2005년도에도 2006년도에도 비슷한 분쟁이 발생, 심한 경우에는 플러싱 내 이동고객에 한해 아예 기본요금을 없애버린 적도 있었다.
한인콜택시 업계의 고질병인 ‘제살 깎기식 과당경쟁’이 언제나 뿌리 뽑힐지는 알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업체 간의 경쟁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쟁 방법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방식의 경쟁으로 인해 애꿎은 기사들이 추위에 떨며 콜택시 업주를 기다리는 모습이 또다시 연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재희 / 뉴욕지사 취재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