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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자살’ 코넬대학 비상

2010-03-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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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학년도 들어 벌써 6명

▶ 학업스트레스. 우울한 날씨 영향 추정

명문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뉴욕주 코넬대학이 최근 잇따른 학생 자살사건으로 멍에처럼 따라 붙고 있는 ‘자살학교(Suicide School)’란 오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있거나 올 가을 입학하는 예비신입생을 둔 한인가정들도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공포, 긴장에 잔뜩 사로잡힌 분위기다. 올 가을 아들이 입학할 대학에서 자살사건이 줄을 잇는다는 소식을 접한 한인 전정선씨는 “안그래도 코넬에 합격했다니까 주위에서 자살률 높은 학교라고 얘기 하길래 ‘설마’ 했었다. 말처럼 안되는 일이지만 아들의 학업부담이라도 덜어주려 가능한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비입학생인 성민영양도 “막상 소식을 접하니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워낙 재학생이 많은 학교라 대학 당국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입학에 앞서 여름방학 동안 예비신입생들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것이 최선이 예방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대학은 지난해 가을학기 개강 직후로 학생 3명이 연달아 자살한데 이어 올 봄 학기 들어 추가
로 3명이 자살해 총 6명이 사망한 상태다. 2009~10학년도 들어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한 학생도 5명이나 돼 현재까지 11명의 학생 사망자가 잇따르자 캠퍼스 전체가 우울한 날씨 속에 잔뜩 침울한 표정이다.


대학 경찰이 이타카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한 다리 인근에서 11일 자살로 추정되는 윌리암 싱클레어(엔지니어링 2학년)군의 시신을 발견한 바로 다음 날 매튜 자이카(엔지니어링 3학년)군이 또 다른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지만 주말에 내린 비로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지난주는 봄방학을 앞둔 시험기간이어서 극심한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충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게다가 최근의 우중충하고 우울한 날씨도 한 몫 거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달 전인 2월17일에도 1학년 브래들리 킨스버그군이 캠퍼스의 한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바 있다. 한해 6명이 잇따라 자살하기는 2005년 이후 처음이지만 대학은 2002~07년에도 5명이, 1995~2001년에도 무려 11명이 캠퍼스에서 자살한 바 있다. 2007년 데이빗 스코턴 총장 부임 후 각별히 학생 자살예방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다소 안정되는 듯 했으나 최근 잇따른 자살사건으로 캠퍼스가 술렁이고 있다. 재학생들은 페이스북에 ‘더 이상 코넬에 자살은 없다’를 외치고 있고 교직원들도 기숙사 방을 일일이 방문해 학생 상태를 확인하는가 하면 지형적 특성상 곳곳의 골짜기에 많이 설치된 다리마다 경비원과 안전요원을 배치해 자살위험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스코턴 총장은 지난 주말 대학신문 ‘코넬 데일리 선’에 보낸 e-메일에서 “여러분의 성공은 여러분의 웰빙을 기반으로 한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주변에 친구와 가족, 교사와 동료, 상담원도 있다. 코넬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부터 배우라”며 간절한 어조로 호소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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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자살한 학생의 넋을 위로하며 뉴욕 코넬대학 재학생들이 교내를 가로지르는 다리 갓길에 뿌려놓은 하얀 장미꽃들이 을씨년스런 캠퍼스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출처=코넬 데일리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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