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부모의 대학입학 가이드
2010-03-15 (월)
이종빈 박사
자녀의 대학진학문제는 미국가정에서도 온 식구들이 함께 수행하는 전쟁과 같다고 한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부러움의 대상은 좋은 자동차를 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캐딜락을 타고 달려가다가 벤츠가 앞으로 끼어들면 빨리 비켜 주고 포쉬가 달려가면 내심 기죽는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변했다고 한다. 벤츠의 뒷유리에 ‘예일대학교’라고 쓰여진 스티커를 자랑스럽게 부착시키고 휴가를 떠나던 한 가정이 있었다. 하이웨이를 질주하던 중에 포드 토러스 뒷유리에 ‘하버드 대학교’란 스티커가 붙어있는 자동차가 쏜살같이 앞을 가르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벤츠에 앉아있던 학생이, ‘와! 기죽네! SAT 10점만 더 맞았어도 하버드에 가는 건데!’하면서 실망스런 마음으로 차를 피해 주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병적으로 심각해져가는 미국의 교육 열기를 보여주는 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하겠다.
자녀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대학입학 문제로 인하여 말다툼이 잦아진다.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자연스러운 발달단계에 접어들어 일종의 이유 없는 반항을 시작하고 오히려 그럴수록 부모편에서는 반역적으로 느껴지거나 실망스러워하며 다투게 된다.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이드로 존경받고 위엄 있는 부모가 되려면 부모들도 많은 정보와 참을성을 갖고 이성적으로 대해야 한다. 성숙한 감정과 지도력을 갖고서 인내하며, 자녀가 가는 길에 동행해 주어야 한다.
부모에게 해당되는 이런 맹세문을 읽은 적이 있는가?
“나는 나의 자녀가 대학 찾는 일에 큰 혼란을 겪으며 결코 쉽지 않게 진행되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는 항상 참고 인내하겠다. 그가 헤드폰으로 시끄러운 노래를 들으며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게임기에 정신을 빼앗겼다가 대학지원 마감일을 놓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장학금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받아들인다.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지만 오히려 그의 SAT를 등록해 주고 대학방문을 계획하고 인터뷰 날짜를 잡으며 대학지원을 도와주겠다. 내가 느긋한 인내를 가지면 모든 일이 잘 되리라. 나의 자녀는 지혜롭고 능력 있지만 내가 너무 성급하게 참견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 익숙해 있다. 이제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서 있겠다. 어떤 일이든 다정히 제시하고 격려해 준 뒤에 더 이상 참견하지 않겠다. 내 자신의 경험과 뜻대로 주도하기보다 스스로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
아울러 그의 대학찾기의 어떤 과정에 있어서도 너무 흥분하거나 실망하지 않겠다. 그렇게 하면 그 일이 실제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합격통지서 때문에 자녀의 가치관이 해를 당할 수 있다. 그들의 공포감을 고취시키기보다는 감소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내 아들이나 내 딸이 ‘예’라고 대답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니야’라고 대답하지 않겠다. 나는 내 자녀가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주 내 의견을 너무 강하게 고집한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자녀가 나를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것과 그의 삶 중에 약간의 반항심은 오히려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의 독립심이 나를 향한 분노로 표현되더라도 나는 그의 독립심을 존중하며 격려할 것이다. 어떤 일도 조심스럽게 권고할 것이며 불필요한 대결 상태를 피하겠다. 대학의 비용은 부모의 책임이다. 나는 학자금보조와 장학금을 찾는데 주요역할을 담당하고 우리가 처해있는 경제적 현실에 관하여 솔직히 상의하겠다. 나는 나의 자녀가 대학찾기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겠다. 질식할 것처럼 느끼지 않게 응원해 주며 괴롭힘 없이 격려해 주며 억제함 없이 의견을 나누겠다. 대학찾기는 자녀 혼자 해결하기에 참으로 큰일이다. 그래서 동반자로서 옆에서 응원하며 사랑하며 돕겠다.”
학부모와 자녀와 함께 상담하다보면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때문에 학생들의 감정이 상해있고 기가 죽어 있어 잘못된 간섭과 사랑이 자녀의 성장과 학업에 오히려 큰 장애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을 적마다 전문 교육 카운셀러와 상담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