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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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청소년 게임중독

2010-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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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또 게임하니?”

▶ 청소년상담 30%이상 차지

퀸즈 프레시메도우에 거주하는 40대 이모 주부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초등학생 아들(10)을 보다 못해 상담기관을 찾았다. 4학년 올라가면서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시작한 아들이 지난해부터는 아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고 불철주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는 것. 보다 못해 ‘그만하고 책 좀 읽으라’며 컴퓨터를 꺼버리기라도 하면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고 물건까지 집어던지는 등 통제 불능이 된다는 게 이 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한국에서 게임중독에 빠져 친부모나 자녀를 살해하는 등 패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도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진 자녀 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부모는 김씨뿐 만 아니다.

뉴욕가정상담소에 따르면 최근들어 자녀들의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 관련 상담이 급증하면서 전체 청소년 상담건수의 30% 이상으로 늘어났다.청소년 상담은 전통적으로 학교, 친구(이성), 폭력 문제 등과 관련된 상담 건수가 가장 많이 차지했으나 지난 2~3년 전부터는 컴퓨터 중독 상담의 증가폭이 단연 커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 중독 연령층도 중촵고등학생에서 점차 10세 미만의 초등학생 어린이들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문제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게 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인 이민사회 특성상 맞벌이 부부가 많고, 자녀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면서 건강한 놀이문화를 배우지 못한 자녀들이 컴퓨터 중독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가정상담소의 백현경 상담 전문가는 “컴퓨터 게임 중독은 청소년들이 마음의 안식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고 말하고 “더구나 요즘 게임은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아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원인을 찾아내 개선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컴퓨터 게임을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것보다 숙제를 마쳤다든지 무슨 일을 잘 했을 때 일정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사용 규칙을 정하거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가족 홈페이지 만들기 등 게임과 인터넷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백 상담전문가는 “자녀만 꾸중할 것이 아니라 부모도 시간을 정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밤늦도록 비디오 시청을 자제하는 등 자녀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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