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꽃 피우는 한국
자긍심, 뿌듯함 절로 느껴
지금 집 앞 정원에는 자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진분홍 철쭉은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옆 담장에는 재스민이 봄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앞 다투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멀리 캐나다의 밴쿠버에서는 한국의 빙상 선수들이 날마다 가슴 떨리도록 기쁜, 훈훈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근 100년 전 서울의 한 세도가문의 하인이 주인 아들이 정구 치는 모습을 보고 “힘드시는데 대신해 정구를 쳐 주겠다”고 했다는 일화를 생각하면, 세상이 무척이나 바뀌었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제 먼 나라에서 펼쳐지는 빙판위의 축제를 거실에 앉아서 환호한다.
지구촌내에서의 한국은 이제 여러 면에서 비상을 하고 있다. 2002년 여름 한일 공동으로 주최한 세계 축구 대전에서 한국 팀은 세계적인 강적 이탈리아 팀을 꺾어 응원하느라 아침잠을 설친 미주 교민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었고, 2008년 여름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 수영에서 금메달로 세계를 정복했었다.
지난주에 시작한 밴쿠버 동계 빙상 대회에서는 숏트랙에서 남자 1,000m 결승에서 이호석은 은메달, 1,500m 우승자인 이 정수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며 대회 2관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모태범은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1,000m에선 은메달을 거머쥐었고, 여자 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탤런트 못지않은 외모의 이상화는 깜짝 금메달로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한국 빙속의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특히 육상 100m 경주에 해당하는 500m 스피드 스케이팅은 신체 구조 때문에 동양인이 잘할 수 없는 종목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모태범과 이상화의 금메달 획득은 그런 속설을 일소해 버렸다. 연이어 1만m 경주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딴 운 좋은 미남 선수 이승훈도 있다.
김연아는 역대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점수를 갱신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총 228.56점으로, 은메달을 받은 일본의 아사다보다 무려 26.06점 이상의 점수 차이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그녀는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도전임을 공공연히 말하는 여유도 보여줬다.
그리고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등이 모두 한국 체육대학 출신 동갑내기이란 점이다. 국제대회에 내보내는 선수들을 위한 정부의 뒷받침과 전문 선수 육성에 힘 입은바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어느 분야이건 재능 있는 선수를 일찍 발굴하여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 하에 훈련시키면, 어떤 분야에서든 국제적인 경기에서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제 올림픽 경기에 양궁선수만 주로 출전시켰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선진국형 스포츠”에서도 최고 우승을 거두게 되었다.
그 밖에도 국민 총 생산량이 세계에서 13번째로 높은 한국의 국가적 경제수준 향상에 힘입은 국민 체력향상과, 그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자신감, 1990년대 이후 개방정책을 지향한 국가 정책에 힘입어 세계 각국을 두루 누비며 여행할 수 있게 된 심리적·정신적 여유가 선수들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더욱 고취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것이다.
또한 1994년 박찬호가 LA 다저스팀의 투수로 선발되어 큰 스크린 위에서 늠름한 한국출신 선수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것을 필두로 영국의 맨체스터 축구단에서 맹활약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지구 이쪽에서 구경하며 열광할 수 있기까지 세계는 이제 한 지붕 밑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 각 곳,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을 보노라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국 선수들의 철저한 연습과 승부건성(이승훈은 하루에 6시간씩 연습해서 ‘연습 벌레’라는 칭호를 들었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제각기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에는 삼성이 두바이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2,717피트의 두바이 칼리파 빌딩을 완공했는가 하면, 한국 전력은 아랍 에미리트에 400억달러 상당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수주 전에서 유망주였던 프랑스를 제치고 입찰에 성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대한 조선은 조선업에서 세계 제1위, 포항제철은 세계 제2의 철강회사이다.
2009년 말 현재 한국은 국제 경제지원 수혜국에서 다른 나라에 10억달러의 재정적인 지원을 하게 된 경제지원국으로 변모했다. 또한 대 기업 경영 및 행정경력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능동적인 행보에 힘입어 G20 정상회담 개최국으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멀리 아프가니스탄과 Haiti에 지진구조 대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의 호랑이로서 다방면에서 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제 외교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인이다.
그리고 삼성의 휴대폰은 최근에 미국시장 점유율 25.7%로 모터롤라를 젖히고 1위를 기록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작년 말 현재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장 빠른 국가이며, 미국에 비해 약 15년간 앞선다고도 한다.
연일 들려오는 가슴 뿌듯한 소식을 접하면서, 이제는 30여년 전에 두고 온 한국에도 봄이 올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해 본다.
클라라 박 / CSUN 교수·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