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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그들만의 이혼

2010-03-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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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한국에서도 번역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 미국 부부 4쌍 중 2쌍은 이혼하게 되고 나머지 한 쌍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는 4쌍 중 겨우 1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부부들의 실상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보면 이혼했거나 별거하고 있는 부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혼은 이제 남의 일로만 여길 수가 없을 정도로 아주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행복을 꿈꾸며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가 이혼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큰 아픔과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더군다나 합의이혼이 아니라 힘겨운 소송과정을 통해 이혼을 하게 된다면 후유증은 더 커지게 된다. 한때 사랑했던 사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서로 원수가 되어 서로를 힐난하고 헐뜯는다. 이혼은 두 사람의 정서적, 심리적, 물리적 유대관계를 공식적으로 끊어놓는다. 성격차이, 배우자의 부정, 금전적인 문제 등 이혼의 사유는 각각 다르지만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혈연이 아닌 신뢰와 사랑으로 맺어졌던 두 부부는 결국 남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혼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자녀양육문제이다. 두 사람이 불행하게도 이혼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녀들까지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싫어서 이혼하는 것은 권리라고 치자. 하지만 자녀양육은 양부모가 짊어져야 할 공동책임이자 의무이다. 또한 이혼은 두 당사자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자녀들에게도 큰 아픔과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혼란과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따라서 자녀들을 신중하게 배려하는 이혼을 해야 한다.

우선 자녀들에게 부모의 이혼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부모가 서로 이혼한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빠가 혹은 엄마가 다른 주나 다른 나라로 멀리 일하러 떠났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그렇지만 부모의 이혼은 영원히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언젠가는 자녀들도 알게 될 것이다. 의도와는 달리 자녀들이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수가 있고 수치스럽게 느끼거나 부모에 대한 배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혼한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리고 준비시켜야 한다. 그럴 경우 가급적 두 부모가 함께 이혼 사실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들은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자녀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이혼에 따른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한편 이혼해서 자녀 양육권을 한 부모가 같거나 동시에 갖기도 한다. 바람직한 것은 두 부모가 공동양육권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자의 학대, 폭력, 약물 남용이나 정신병 등에 의해 이혼을 하게 되었거나 배우자 쌍방간에 심한 의견다툼이 있어 합의가 어려운 실정이라면 한쪽 부모가 양육권을 갖기도 한다. 양육권은 학교, 의료, 주거 등 자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러나 양육권 여부와는 상관없이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접견권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는 정기적으로 자녀를 만나고 양육비를 지급하는 등 양육의무를 지속적으로 져야 한다.

두 사람이 이혼했더라도 양 부모가 여전히 아빠와 엄마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자녀들에게 한쪽 부모를 나쁘게 이야기 하거나 양육비나 자녀 접견권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부부가 서로 헤어질 것을 예상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이혼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경우에는 남아있는 자녀들이 이혼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양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혼은 두 부부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지 자녀들의 관계까지도 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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