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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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버린 우리아이 어떡해…

2010-03-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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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세상에 몰입… 학업·대인관계 흥미상실

# 사례1-어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작은 게임기를 사준 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아이의 성화에 사줬다. 아이는 점차 복잡한 게임에 빠져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매달린다. 꾸중도 수 없이 했지만 효과가 없고, 성적도 떨어져 결국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했다.

#사례2-고등학교까지 심하지 않았던 아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 게임에 빠져 성적이 엉망이 돼버려 학교를 그만 둘 위기까지 갔다. 능력 있는 학생이었지만 컴퓨터 게임 중독 때문에 간신히 대학을 졸업한 뒤 그저 그런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실제 발생한 일로 컴퓨터 또는 비디오 게임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는 부모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말 우려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녀가 밝고 건전하게 성장해 좋은 대학에서 공부한 뒤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를 바라는 모든 부모들의 기대와 열망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게임 중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이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를 통해 원인과 증상,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 왜 문제가 될까

가장 큰 이유는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집에 와서는 숙제와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여유시간을 이용해 과외활동을 하는 생활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생활패턴이 무너지면서 균형을 잃게 되고, 결국 학업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육의 근본 취지와 목적이 흔들리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어릴 때부터 손대기 시작한 게임이 성인이 돼서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인데, 자기가 하는 일에 계속 빠져드는 ‘행동(또는 행위) 중독’으로 발전하게 된다.

게임 중독은 약물이나 마약과 달리 표면적으로 쉽게 발견되지 않는데, 매일 밤잠을 늦게 자고, 학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 이는 중독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이밖에 일부 아이들은 부모 몰래 사이버 공간에 부모의 개인정보들을 흘리는 경우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 왜 빠져들까


어린 아이들이 손에 들고 가지고 노는 게임기는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발전하면서 엄청난 세상이 펼쳐지는 사이버 세계를 접하게 된다. 시각과 청각적으로 매우 자극적인 그 세계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끝없이 실현되고, 자신이 그 중심에 서게 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권력과 조직, 자신이 움직이는 세계를 무제한 만들고, 다시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현실에서 가졌던 불만을 해소하고, 자기만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현실 세계는 무의미하고 시시하게만 느껴지고 된다. 결국 자신이 해결할 수 없거나,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잊거나, 무시해 버리게 된다. 쉽게 말해 자신은 우주의 별들을 오가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군대를 동원해 싸우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데, 학교 숙제나 공부가 가슴에 와 닿을 리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서로 편을 갈라 대결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스릴과 긴장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런 비현실 세계에 몸과 마음이 갇혀 버리면 현실에서 중요한 인간관계, 정서, 감정조절이 필요 없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는 곳에 몸을 숨기려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아를 모두 부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 게임중독 증상

자녀가 게임에 빠져 있는지를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의 관심이다. 감시와 감독이 없다면 자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증상은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한 단계 더 심한 경우는 부모가 잠이 든 뒤 몰래 게임에 몰두하기도 한다. 자녀가 수면이 부족해 보인다면 이 역시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니 피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이가 분명히 게임을 한 것을 알고 물어 보는데, 자녀는 한사코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중독의 시작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증상은 성적 저하로 나타나기 쉽다. 그리고 대인관계도 줄어들 수 있다. 평범하던 자녀의 행동에 이상이 있다면, 그 원인중 하나로 게임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의 과정을 되짚어 봐야 한다.


<황성락 기자>
도움말 - 리처드 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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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의 청소년들. 지나치면 중독 증상과 함께 일상 생활에 악영향을 준다. (AP)

게임 중독 점검법

캄퓨터 게임에 중독됐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정확한 것은 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간단한 검사를 통해 대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각 문항을 0점에서 5점까지 나누어 합계를 내는 것으로, 각 문항의 질문에 부합할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즉 전혀 해당사항이 없으면 0점, 중간 정도는 3점, 매우 심각하면 5점을 매긴 뒤 합산한다. 총점 100점에 합계가 50점 이상이면 중독 초기 증상 위험, 80점 이상이면 심각한 중독으로 볼 수 있다.


1.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터넷 사용시간이 많다.
2. 인터넷에 매달려 공부에 자주 소홀하다.
3. 가족보다 인터넷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다.
4. 사이버 공간에서 인적 교류가 많다.
5. 컴퓨터 사용을 지적 받으면 화가 난다.
6. 인터넷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크다.
7. 다른 일을 하기 전 이메일을 먼저 살핀다.
8. 인터넷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
9. 인터넷에 매달리는 생활을 부인한다.
10. 인터넷을 생각하면 생활에 위안이 된다.
11. 인터넷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12. 인터넷을 하는데 방해를 받으면 화가 난다.
13. 현재의 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14. 늦잠을 많이 잔다.
15.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몇 시간씩 하게 된다.
16. 조금만 하려고 시작했다가 장시간 하게 된다.
17. 시간을 줄여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18. 인터넷에 빠진 사실을 숨긴다.
19. 모임 또는 행사를 인터넷 때문에 피한다.
20. 인터넷에 몰입하면 걱정, 불안이 사라진다.


절제와 관리능력 길러줘야

■게임중독 예방과 대책

현실적으로 자녀가 컴퓨터 게임을 아예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게임은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재미로 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것들이 중요한 소재인 것을 감안하면 사회성이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절제와 자신에 대한 관리이다. 집에서 못한다면 친구 집이나 PC방에서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에서 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1. 어릴 때 바로 잡아라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은 학교에 입학 전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1-2학년만 돼도 컴퓨터를 자유롭게 만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나이가 어릴 때 확실한 규제를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시간을 정해주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이 불러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시켜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신 가족과의 대화, 게임, 독서 등 다른 쪽에도 관심을 갖고 눈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2. 자녀의 프라이버시 존중

부모라도 해서 자녀에게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한다면 자칫 반발심가 키우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자녀의 말과 생각, 그리고 아이가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충분한 존중이 필요하며, 항상 충분한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하도록 한다.

3. 모니터링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항상 자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자녀가 사용하는 인터넷에서 어떤 웹사이트를 접속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핀다. 또 자녀들이 유해 사이트 접속 등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설치해 놓는다. 물론 이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이밖에 자주 놀러가는 친구의 부모와도 상의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도 위험요소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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