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교훈 1

2010-02-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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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 끈질김이라는 망치가 필요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하루하루가 감동의 물결이다. 한국 선수들, 그것도 메달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 휘날릴 때 코 끝이 시리거나 목이 메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와 남이 따로 없고 단번에 애국자가 되어 버린다. 해외에 나와있는 동포들에게 조국은 그런 존재다.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50줄 가장이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으면 얼마간이 되었던 그 외롭고 쓸쓸했던 이민의 삶,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아련한 기억들이 한꺼번에 폭발하고야 마는 것이다.
한국이 메달을 얻은 종목은 실내에서 열리는 스케이팅. 단 0.01초 차로 메달색깔이 달라지고 길어야 몇 분 안에 승부가 결정되는 속전속결이다. 말 그대로 스피드 코리아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4년간 흘린 땀과 눈물, 선수들이 참고 견뎌온 고통과 인내의 순간이찰나로 지난다.
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에도 찬사가 쏟아진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스키점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감동 그 자체인 한국 영화 ‘국가대표’처럼.
1등만을 기억하는 풍토가 우리 주위에 만연해 있었다면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그런 면에서 종합성적 집계방식은 금메달 위주가 아니라 메달의색깔에 관계없이 전체 메달을 종합하는 방식이 올림픽 정신에도 맞고 스포츠 정신에도 어울린다.
선수들 못지 않게 자원 봉사자로 나선동포들과 우리의 2세들도 감동 그 자체다. 이들은 경기장 곳곳에서 통역과 안내를 맡거나 개막식에서 피켓 걸로 나선 이도 있다.
특히, 밴쿠버 올림픽 시상대를 디자인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한인 2세 이준엽이다. 메달이 담긴 시상용 쟁반 역시 그의 작품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도 김현곤 김순덕부부의 손을 거쳐 상품으로제작돼 한국인의 자부심을 더한다.
무엇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정신을 던져주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젊은 투혼은 한국인특유의 근면함이 세계를 석권했음을 보여준다. 뚝심과 배짱, 해내고 말겠다는 집념, 그리고 고된 훈련과 연습이 있었기 때문에가능한 일이다.
62년 만에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이상화는 15년 피땀이 굳어 발바닥이 누렇게 변했고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은 언론의 무관심과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투지로 불태웠다고 한다.
올림픽 성화가 꺼지고 나면 우리 모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가슴에 담아둘 멋진 교훈이 있다. 모태범은 자신의 싸이 월드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두었다.
성공이라는 못을 박으려면 끈질김이라는 망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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