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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부모, 부부, 선생, 경영은 같은 기술

2010-02-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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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와 책임은 정확하게
자녀 인격 반드시 존중


필자는 주중의 3일 반을 미 정신건강센터의 수퍼바이저로 일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를 비롯하여 심리치료사 및 인턴, 그리고 창구 직원 등 필자를 포함해서 모두 12명이 근무하는 자그마한 클리닉에는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아동가정보호국, 그리고 인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심리문제로 의뢰되어 오는 4~18세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년쯤 전에 책임자이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 두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한 번 맡아보겠느냐는 제의가 있었을 때 그때까지 심리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던 필자는 그것이 어떤 일인지도 모른 채 책임자라는 직책과 임금인상 제의에 선뜻 수락을 했는데 그때부터 인력 관리와 정신건강센터 운영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아직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서 필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기술, 가정을 꾸려가는 부부기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훈육기술, 그리고 기관의 인력자원을 운영하는 매니저의 관리기술, 이 모든 기술이 ‘같은 기술’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자녀 양육에 필요한 부모기술,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는 부부기술, 학생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는 선생의 훈육기술, 그리고 직원들을 관리, 경영하는 매니지먼트 기술, 이 모든 기술들이 한 가지의 기술로 통하고 있으며 자녀를, 가정을, 학교를, 그리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경영자들은 공통된 몇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 이 원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부모, 부부, 선생, 그리고 경영자는 가정, 자녀, 학교, 그리고 기업을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게 되었다.

첫째, 경영자(부모도 집안을 경영하는 경영자이다)는 마시멜로우를 먼저 먹어치우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줄 알아야 한다. 이 유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영자를 시험한다. 자녀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는 일이 안타까워서 대신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 아내나 남편에게 “좋은 것이 좋다” 해서 자신의 기분을 올바르게 전달하지 않을 때, 부하 직원들이 상사에게 불만을 품는 것이 싫어서 직원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생산량 올리는 것에만 신경을 써서 직원 개개인의 문제점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독려할 때,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이 되고 싶어서 단호함을 잃어버리거나, 규칙을 어기는 일을 눈감아주거나 해야 할 말을 못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에게 또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자신의 능력 밖의 것을 약속하는 경영의 기본원칙을 망각하는 것도 포함된다.

둘째, 부모-자녀 사이, 부부 사이, 학교, 그리고 기업에는 boundary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녀를 부모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해서는 곤란하다. 선을 그어놓고 그 속에서 자율성을 주어서 자녀를 인격체로 존중해 준다. 부하 직원이라고 관리자가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들의 공적인 생활공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직원에게는 그들만의 직장에서의 생활공간이 생겨나게 된다. 이것을 상사가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사전에 통보와 의논이 있어야 한다.

자녀의 생활공간도 이렇게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명확한 선 안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셋째, 예측 가능하여야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자녀들이 학교에 가서 보고 배우는 가장 중요한 개념 하나가 structure이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고 surprise가 없고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그것이다.

가령 매주 토요일 아침식사 끝나고 나면 가족회의를 통해서 집안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면 자녀들에게는 그 스케줄에 맞춘 자신들만의 스케줄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가 지시를 올바르게 이행하고 있는지 결과를 확인하는 follow-up에 철저하여야 한다. 직장에서 필자는 여러 가지 지시를 하루에도 수십 가지를 내린다. 이런 지시를 대학원교육을 받은 직원들이라 해서 저절로 다 알아서 하리라 생각하고 믿고 맡겨두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에게 내리는 지시의 내용이 명확하여야 한다. “제발 공부 좀 해라” “너 숙제안 하고 뭐해?” 이런 말은 올바른 지시가 아니다. “저녁 먹고 나서 수학·영어숙제 8시까지 끝내고 아빠하고 검토하자” 이런 명확한 지시가 있어야 한다. “잠자리는 10시에 들고 잘 때는 컴퓨터, 히터 모두 꺼라” 이런 지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경영자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여야 한다. 필자의 전임자는 모든 일을 단호하게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이메일로 지시를 내리고, 조그마한 실수를 저질러도 write-up을 해서 인사기록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필자는 이런 행정조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얼굴을 마주보고 치료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도록 했다. 그리고 follow-up을 통하여 문제의 해결을 후속적으로 점검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인사과로 올라가는 경고메모와 경직된 분위기가 사라지고 다소 느슨한 감은 있으나 클리닉은 질서와 체계를 지니고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자녀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기 전에 부모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부모 자신 또는 가정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자녀와의 대화에 힘써야 한다.

부모의 이런 기술이 장차 자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가정을 꾸려가고, 그리고 직장에서 다른 사람을 부하직원으로 거느릴 때 그 어떤 기술보다도 소중한 기술로 내 자녀를 도와주게 될 것이다.
(213)-234-8268

리처드 손 /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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