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 따라잡기와 한국

2010-0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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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은 “우리도 언제쯤 일본처럼 잘 사나” 였다. 가끔 어른들이 만나면 나누시던 대화가 “일본 보다 잘 살아야지”라던 생각이 난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일본의 앞선 것들을 모방하면서 온 국민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뛰어왔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 부모 세대의 염원은 제발 일본 만큼만 잘 살자 였던 것 같다.

100년쯤 전 일본과 한국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있었다. 일본이 군용 트럭과 철제 군함을 쓸 때 우리는 말과 소가 이끄는 달구지와 바람에 의존하는 나무배를 썼으니 감히 적수가 될 수 없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후 나라를 다시 일으킨다는 것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지금 많은 나라 사람들이 한국이 걸어온 길을 배우려 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을 미러클 코리아라고 부른다.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보며 ‘기어간 근대화’ ‘달려온 산업화’ ‘날아가는 정보화’ 국가라고 외국 사람들은 말한다. 정주영, 이병철 씨 같은 도전적인 기업정신의 사업가가 있어 탄탄한 발판을 키워온 것이 중요한 자산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크고 작은 기업들의 신용 본위가 한국 경제를 키우고 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으며 이에 더해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경제 성장에 집중해 온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지금 일본은 도요타 사건으로 밤에 잠들지 못하며, 추락의 경고음이 들릴까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그들은 차가 많이 팔리는데 집착하다보니 부품 관리에 소홀 했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그 일로 국제적으로 일본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제너럴 모터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던 바로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도요타의 리콜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되고 있다. 아울러 JAL의 많은 부채와 소니의 새 상품 개발부족으로 지금 일본 열도는 극도의 혼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여태 잘 견뎌온 일본이니 앞으로도 잘해가겠지만,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라고 하면서 한국 역사에 대해 조금 아는 일본 젊은이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예로 든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적수는 일본 만이 아니다. 항상 전진하는 한국이기를 바란다. 이국땅에 살면서 발전해 가는 고국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제발 너무 자만하지 말고 성실하기를 바란다. 모든 일에 공평하게 또 항상 가진 것에 감사하며 고개를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국민이 되기를 바란다.

이혜란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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