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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조기교육은 필요하다?

2010-02-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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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영유아 조기교육을 강조한 0-5세 플랜을 발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게 될 이 교육개혁의 배경에는 엄마 뱃속에 자라는 0세부터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인 5세까지의 시기가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정책의 근거를 제시한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능력의 발달 과정에서 영유아기는 다른 시기의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밟힌 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인지능력 발달에는 영유아기가 매우 민감한 시기이며, 인간발달과정의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보완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라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0-5세 플랜에 따르면 5세 이전의 영유아 및 그 부모들은 공교육 및 사교육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교육 및 보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연방정부가 각 주에 조기교육기금(Early Learning Challenge Grants)을 제공하여 임산부와 5세 이전의 영유아들을 위한 조기보호 및 교육프로그램을 신설 혹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3세 이전까지의 저소득층 대상 영아교육 프로그램인 조기 헤드스타트 (Early Head Start) 프로그램과 5세까지 저소득층 대상 유아들을 위한 헤드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확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각 주들이 4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예비유치원(Universal Pre-Kindergarten)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모든 대상 연령대의 유아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영유아들에게 조기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홈스쿨 법적 변호협회 회장인 마이클 스미스는 스탠포드 대학과 버클리대학의 공동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일주일에 짧은 시간이라도 예비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사회성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예비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인지능력은 향상되었으나 사회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히려 중산층과 부유층 자녀들의 경우에는 예비유치원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의 언어 및 수학능력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보수주의자들은 오바마 정부가 수백억 불을 투자하려는 일련의 조기교육 정책은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회주의적 정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과 버클리 대학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지가 많이 있다. 예비유치원 교육 옹호론자들은 연구자들이 각 프로그램의 특성과 질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한 매스매티카 정책연구소와 콜롬비아 대학 아동 및 가족센터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3세 이전의 조기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인지, 언어 및 사회정서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8년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에드워드 멜허시 연구에 따르면 예비유치원에 다니는 영국 영유아들의 수학학습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같은 연구에 의하면 이 결과가 미국을 비롯한 10개 국가의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기교육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연구의도와 방법론에 따라 서로 상이한 결과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반대론자와 찬성론자간에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장단에 박자를 맞추어야 할 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0세-5세 플랜은 장단기적으로 저소득층 자녀와 부모들에게 큰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과 부유층 자녀들과는 달리 저소득층 자녀들의 경우에는 부모로부터 적절한 보호와 관심을 받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교육 시스템을 통한 교육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산층과 부유층 부모들은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 자녀들을 예비유치원 교육 프로그램에 보내거나 원치 않는 경우에는 가정교육과 사교육을 병행하면 된다. 예비유치원 교육의 수혜대상이 확대되더라도 강제의무교육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들은 얼마든지 자율권을 가질 수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0-5세 플랜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분분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영유아 조기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이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유아 조기교육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아직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영유아 조기교육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어린 영유아들에게 학습만을 강조한 교육 프로그램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사회능력과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는 전인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유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제공되는 돌봄과 교육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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