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인 메뉴와 비슷한 가격대 와인이 무난

2010-02-10 (수)
크게 작게

▶ 레스토랑에서 와인 주문

와인 리스트의 평균 가격대 산정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주문


와인 주문의 황금률은 5:7:12 법칙이다. 보통 접대를 할 때는 상대방에 따라 접대해야 할 그레이드와 예산을 정한다. 부담 없는 자리라면 약 50% 선에서 한다. 즉 1인당 50달러 상당의 식사를 2명이 한다면 와인은 전체 가격의 50% 즉 50달러 정도가 적당하다. 만약 음식 값에 비해 와인 값이 현저히 싸다면, 상대는 당신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최소 음식 값과 같은 가격은 유지해야 한다. 가장 무난하면서도 약간의 감동을 주는 수준은 약 70% 선이며, 확실한 접대를 느끼게 하는 수준은 120% 선에서 주문한다. 실제 접대 받는 사람은 음식 가격의 고저보다는 와인 가격의 고저가 상대방을 더 생각한다고 여긴다. 이 밖에도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와인 리스트를 쭉 훑어보면서,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가격대(예를 들어 몇천달러를 호가하는 컬트 와인류의 가격들)를 제외시키고 평균 가격대를 산정하여 그보다 약간 높은 가격대의 와인을 주문하는 것이다(The Over-The Half Principle).

예산이 결정되었다면, 우선 최소한 레드냐, 화이트냐를 결정해야 한다. 와인을 선정하기 전 주문한 음식과의 매칭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은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안전하게 와인의 종류를 고르는 방법은, 일단 메인 음식의 살 색깔대로 와인을 고르는 것이다.


즉, 고기류는 붉으니까 레드 와인이 좋고 당연히 하얀 계열의 생선 요리는 역시 화이트 와인을 고르면 된다. 이 원리에 따른다면 만약 연어나 참치처럼 생선의 색이 흰색이 아닌 주홍빛 계열이라면 가벼운 레드도 무난하다. 또한 육류라 하더라도 닭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살의 색이 하얀 계열이라면 역시 풀 바디 화이트 와인도 어울릴 수 있다. 주도적으로 와인을 선택하기가 어렵다면 굳이 말로 그 가격대를 말하지 말고 그 가격대 부근을 손으로 살짝 가리키며 “요 수준에서 추천할 만한 와인 없을까요?” 또는 “오늘 메인 요리와 잘 어울릴 만한 적당한 와인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소믈리에가 이미 예산대를 알고 있으므로 시킨 음식과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을 추천해 줄 것이다.

중요한 접대라면 미리 음식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당신이 아주 중요한 접대를 해야 한다면, 당일 그 자리에서 묻기보다, 미리 레스토랑에 연락하여 음식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접대의 상황 등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리스트와 메뉴를 담당 지배인 또는 요리사와 미리 전화해 함께 검토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습이 되었다면 당일 그 자리에서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자연스럽게 상황을 주도하면서 상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다.

상대가 와인을 더 많이 안다면 그 쪽으로 와인 고르기를 넘기는 것도 지혜로운 한 방법이다. 만약 상대가 자신보다 와인을 많이 안다거나 아는 척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선택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좋아하는 와인을 골라보라고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을 더 배려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아는 사람 앞에서 자칫 문자 쓰는 듯한 위험스런 상황에서도 빠져 나올 수 있다.

BYO를 하고 싶다면 코키지를 확인하라. BYO(Bring Your Own)는 자기가 마실 와인을 레스토랑에 가져 가는 것을 말하고 코키지(corkage)는 BYO를 했을 때 지불하는 대가를 말한다. 레스토랑이 코키지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 깨지기 쉬운 와인글라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손님이 스스로 가져옴으로써 줄어드는 매출에 대한 최소한의 보존이므로 지불하는 게 정당하다. 레스토랑에 따라 다르지만 코키지는 보통 병당 얼마 정도, 또는 잔당 얼마라는 식으로 코키지를 매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레스토랑에 코키지 관련 사항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어떤 레스토랑의 경우는 와인을 시켜 마시는 것보다 더한 코키지(즉 가지고 오지 말라는 뜻)인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스토랑에 와인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못하거나 특정 음식에 와인을 매칭하고 싶거나 할 때 코키지는 서로에게 유리한 것일 수 있다. 요즘은 특히 호텔에서 판촉 차원으로 코키지를 받지 않는 Free BYO Day(프리 코키지 데이)를 운영하는데 이것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