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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오 칼럼 - 사립학교 추천서를 쓰면서

2010-0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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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밀접한 관계 맺고
봉사하는 자세 보여줘야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1월부터 2월까지는 내년도 사립학교 입학을 위해 미리 원서를 내야 하는 때입니다.

원서마감일이 다르지만 대개 1월 중순이나 2월 중순 전이라서 저도 이맘때면 추천서를 상당수 쓰게 됩니다. 저는 공립학교 교장이지만, 저희 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사립학교에 많이 지망하기 때문에 사립학교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합니다.


가끔 공립 및 사립학교의 교장들이 함께 만나는 모임에서도 서로 네트워킹하며 교장으로서의 공통적인 도전을 서로 나누고 토론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경제위기로 비싼 학비 부담이 있는 사립학교 지원이 5년이나 10년 전보다는 훨씬 줄어들고 공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생각보다는 꽤 많은 추천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떤 학부모들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계획성 있게 어느 학교들에 지원하는데 추천서를 부탁한다면서 자녀나 가족이 학교에 공헌한 점, 리더십 스킬을 발휘한 점 등을 미리 정리하여 제가 기억하기 쉽도록 메모해 주는가 하면, 어떤 학부모들은 원서마감 하루 이틀 전에 와서 모든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그 자녀의 사립학교 입학 추천서만 쓰기 위해 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성급하게 부탁하기도 합니다.

사립학교에 지원하려면 우선 응시하고자 하는 사립학교에 가서 ‘Parent Authorization for Release of School Records’ form, 즉 학생에 관한 모든 자료, 이를테면 학생 평가(student evaluations), 성적표(report cards), 표준학력고사 결과(all standardized test scores) 등을 지금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 지원학교로 보낼 수 있도록 부모가 동의하는 학부모 허가서를 현재 재학하는 학교의 오피스에 제출해야 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사립학교 입학시험으로 ISEE(Independent School Entrance Exam) 같은 게 있다는 점은 물론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아카데믹 능력, 소셜 스킬, 리더십 스킬, 창조성, 남을 돕는 정신 등에 대해 추천서를 쓰고 교장은 그 학생의 패밀리가 학교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를 씁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11월 중순에 공립학교 및 사립학교에 대한 스쿨 인포메이션 미팅을 모든 학부모들을 위해 마련하였고, 각 학교에서 하는 오리엔테이션 미팅에 참여해서 학부모들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한 뒤 확실한 정보에 근거한 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교사들과 교장들이 바쁘기 때문에 미리 계획해서 여유 있게 교사와 교장의 추천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교장 추천서(administrator recommenda-tion form)의 지원 학생에 관한 사항(applicant information)에는 학생의 학업성적(academic achievement)과 행동(conduct), 신뢰성(integrity), 남에 대한 배려(consideration of others), 친구들과의 사회적 적응(social adjustment with peers), 마음의 안정감(stability), 출석률(1년에 10일 이상 결석이 있으면 설명이 요구됨), 행동문제로 인한 훈육 여부 등을 적어야 합니다.

지원하는 학생과 그의 가족을 교장이 왜 추천하는지 반 페이지 정도 쓰도록 요구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학생과 부모도 좋은 사립학교를 선택하고 싶지만 사립학교도 학교에 공헌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다양한 패밀리와 학생들을 선택하기를 원합니다.


교장 추천서에 패밀리 인포메이션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요구합니다.
1. 학교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지
2. 학교 행사에 학부모가 참석하는지
3. 학교 규칙을 잘 협조하는지
4. 교직원과 학교 행정관(교장·교감)과는 잘 협조하는지
5. 학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지
6. 자녀의 교육에 참여하는지
7. 학생에 대한 부모의 기대감

또한 교장 추천서에는 그 가족을 얼마나 오랫동안 알고 있는지, 공부를 잘할 잠재성, 인격, 개인능력, 전체평가 등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평소에 학교와 커뮤니티에 도무지 얼굴도 보이지 않던 학부모가 갑자기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면 별로 쓸 내용이 없습니다. 사립학교를 선택하든 공립학교를 선택하든 학교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기 권리만 찾고 학교 당국에 불평만 하고 학교를 위해 공헌(contribution)할 생각도 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학교를 돕고 자원 봉사할 기회가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능동적인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한인 학부모들끼리만 몰려다니지 말고 타인종 학부모들과도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같은 학부모로서 공감대를 형성하여 웃고 인사하며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임을 보여주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만 합니다.

내 아이만 최고이고 내 아이만 영재학생이면 남의 애들이야 어떻든 상관 않는다는 자세보다는 자신보다 불우한 애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그들을 도와주려는 모습도 보여야 됩니다.

교육상담 문의: DrSuzieOh@gmail.com


수지 오 / LAUSD 교장,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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