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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비디오 엄마, 컴퓨터 아빠

2010-0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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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최근 월트 디즈니 회사는 자사가 만들어내는 베이비 아인슈타인 학습비디오를 소비자들에게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1997에 설립된 베이비 아인슈타인은 비디오와 미디어를 기술을 영유아 학습에 적용하면서 조기교육 열풍을 불러왔었다. 2001년도에 월트 디즈니가 이 회사를 인수하여 베이비 모자르트, 베이비 셰익스피어, 베이비 갈릴레오와 같은 영유아 학습 비디오 및 다양한 종류의 조기교육 교재를 출판해내고 있다. 베이비 아인슈타인은 비디오가 영유아들의 인지능력, 언어능력, 호기심 및 창의력을 자극하여 궁극적으로 똑똑한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디즈니 사의 이번 조치는 아인슈타인 비디오가 아이들을 똑똑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사실,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에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장난감이든 학습교재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뜻 지갑을 여는 것이 부모 마음일 것이다. 더군다나 자녀들의 지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몇 년 간 영유아 학습교재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어린 자녀를 둔 집에 가보면 어김없이 학습비디오 몇 개쯤은 쉽게 찾아볼 수 가 있다. 문제는 비디오 학습교재가 지능발달에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성장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3세 이전의 비디오 시청이 아이들의 언어능력과 사회성 발달을 늦춘다고 한다. 특히, 미국 소아과 협회는 2세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비디오를 보여주지 말 것을 경고했다.


첨단 전자기술의 발달과 미디어 혁명은 우리들의 전반적인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는 자녀들의 교육과 양육에도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텔레비전과 비디오, 인터넷 속에서 길러진다. 과거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유일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며, 말과 글쓰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리를 비디오와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부모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영유아들까지도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시대가 발달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가족, 결혼, 사랑, 양육 같은 것들이다. 인터넷에도 가족이 존재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같은 네트워크 사이트들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1차적인 가족의 개념이 사이버상에서의 또 다른 가족의 형태로 변모된 것뿐이다. 인간은 관계적인 동물이고, 그 속에는 사랑과 친밀감을 느껴야 하는 존재이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양육관계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속성이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 자녀들은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교육을 통해 감정, 지능, 신체를 발달시켜 나가며 한 사회에서 온전히 기능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아이 10 명 당 1명 꼴로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밖에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우울증, 불안장애, 행동장애, 반항장애, 틱장애 등과 같은 문제들이 점점 더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과도한 텔레비전 시청, 비디오 게임, 인터넷 중독 등이 아이들의 주의력 및 과잉행동문제 및 자폐증, 기타 심리, 행동문제를 일
으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면 나중에 커서 여러 심리,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다분하다. 아이들에게서 텔레비전 시청, 인터넷 사용, 비디오 게임을 완전히 박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자녀양육을 이런 미디어가 맡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이를 해주며, 사랑을 전해줄 주는 존재는 컴퓨터와 비디오가 아닌, 바로 우리 부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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