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멋진 건배사를 준비해 청중을 사로 잡아라

2010-0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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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배 방법과 주의사항

동료들과 퇴근 길 가벼운 한잔을 비롯해, 집안의 각종 대소사뿐 아니라 온갖 비즈니스상의 축하파티, 기념식 등, 일상에서 건배는 빠지지 않는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 같은 국가 원수들 간의 정상회담이나 국빈만찬 등에서도 건배는 아주 중요한 의미로 자리한다. 그런 자리에서 하는 건배사 하나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건배 문화는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서 특히 국제석상이라면 다른 건배문화로 인해 혼돈이 생길 수도 있다.

건배사는 호스트의 몫이지만 만약 비즈니스 파티나 공식석상에서 건배사를 갑자기 요청받을 수도 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의 건배사는 어색하기도 할 뿐더러 자칫 긴장으로 인한 실수로 파티 전체의 분위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틈틈이 각 상황에 맞는 멋진 건배사를 연습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글로별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전 비즈니스 와인 강의에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이윤우 부회장은 건배 제창에 앞서 한 “저는 CTO입니다.

Chief Toast Officer, 즉 제가 CTO 자리를 계속하는 건 Toast를 잘하기 때문이죠. 이 말로 단번에 좌중을 휘어잡았다.

본래 CTO는 Chief Toast Officer라는 뜻인데, 여기서 이윤우 부회장은 CTO를 Chief Toast Officer, 즉 ‘최고의 건배자’라는 재치 있고 유머있는 멘트로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은 삼성전자의 국제 협력업무를 수행하는데 그러다 보니 건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며 건배사를 가름했다. 물론 이건 필자가 하는 강의에서의 연습용 건배사였으니 그다지 중요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겠다. 하지만 이윤우 부회장의 건배사는 그 상황에 아주 적확했다. 건배에 대한 강의를 할 때, 굳이 건배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않아도 모두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건배(Toasting)는 같은 병에 담긴 술을 나눠 마심으로써 독이 없음을 알리고자하는 데서 유래되었다. 건배는 상대방에 대한 진실함, 즉 믿음을 보여주는 제스처였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건배(乾杯)는 ‘잔(杯)을 깨끗이 비운다(乾)’는 중국의 풍습에서 유래된 것. 그러나 건배 때 잔을 모두 비우는지 여부와 건배 제의 그리고 건배할 때의 아이 컨택 등은 나라마다, 작게는 상황마다 다르다.

건배할 때 가장 맥이 빠지고 듣고 있자니 괴로운 것 중 하나는 일장 연설형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낭송하는 경우나, 마이크를 쥐었음에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우물우물 작게 말하는 경우, 그리고 웃기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전혀 표정이 없는 것이다. 또한 건배사를 한 뒤 ‘위하여!와 같은 건배 제의사를 했을 때 그 소리가 높고 힘차고 밝게 올라가지 않고 바닥으로 내려 깔릴 때의 그 김새는 듯한 느낌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유효적절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건배 제의는 제창자의 인격, 지적 수준, 나아가 그 만찬의 성격과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줄 뿐만 아니라 나머지 행사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건배는 아주 간단한 행사조차도 영원히 기억되는 행사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건배하는 방법과 건배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면 우선 비즈니스 만찬에서 건배사는 작은 연설이니까 구조가 있어야 한다. 건배에는 그 날 행사의 의미, 주제, 건배 목적들이 있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짧고 간단하며 함축적 의미를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건배사가 제창되는 경우를 가정해 짧고 따라 하기 쉬워야 하며 억양은 약간 높여서 흥겨움을 더해야 한다.


또한 건배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 본다. 건배 때 잔을 들 때는 팔을 쭉 뻗어 머리 위까지 올리지 말고, 자신의 눈높이 정도까지만 올린다. 만약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리저리 소란스럽게 옮겨 다니지 말고, 있는 자리에서 참여자들과 눈을 부드럽게 맞춘다.

마지막으로 원샷을 하지 말라. 나라마다 틀리겠지만 대체적으로 외국인과 함께 한 자리라면 원샷을 외치지 않는다. 분위기를 위해 굳이 잔을 비우라고 권하고 싶을 경우 간단히 ‘chug’(처억) 또는 ‘Bottoms up’(잔을 비웁시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게스트는 절대 자신의 역할을 오버하지 마라 절대로 파티 주최자, 즉 호스트가 아닌 이상 먼저 건배 제의를 하지 않는다. 특히. 당신이 초대 받았다면 게스트로서의 역할을 오버해서는 안 된다. 건배는 주최자인 호스트 몫이다. 또 누군가 당신을 위해 건배 제의사를 제창할 때, 자신도 스스로 잔을 들고 외친다면 자화자찬하게 되므로 같이 일어나지 말고 앉아 있다가 그 말을 듣고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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