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날을 맞으며

2010-0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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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우리는 몹시 바빴고, 잘 살아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실의에 젖어 고난의 행진을 거듭하며 세월을 탓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돌아보면 회한이 어찌 없겠는가? 마음 깊이 다짐해 놓고도 이루지 못한 일, 정 주고 사랑 주고 싶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인데도 가보지 못한 곳, 화나고 억울하고 미움이 턱 밑까지 차올라 괴로웠던 일… 짚어보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까운 이웃과 오랜 친구, 심지어 가족 친척 사이에도 마음 한 자락 구겨진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다.


거짓과 시기와 이기와 배신과 자폐적 증세가 더해가는 지구촌, 인간성을 상실한 무인격의 범람 속에 황량한 들판이 되어가는 앞마당, 탐욕의 화신으로 번뇌지옥을 헤매는 유한성의 존재. 그걸 안다면 원망과 증오, 네 탓 같은 건 접어둘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선 내가 편하고, 이웃이 좋아할 테니까... 지난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새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잘못했던 일은 반성하되 버릴 것은 버리고 끊을 것은 끊고 새 마음 새 각오로 나서야 새 출발이 된다.

내가 모르는 사이 마음을 아프게 했거나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게 한 일이 있었다면 무조건 사과하고 용서를 빌 일이다. 나를 아프게 한 자에게도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너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자가 바로 네 영혼의 스승이니라”고 한 말이 진실임을 믿는다. 인생의 가장 절실한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라는 말의 속뜻을 깊이 삭이고 삭여 웃음 띤 얼굴 마주보며 따뜻한 손 맞잡으면 즐거운 길벗 되어 우리 함께 행복의 길로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 누구도 제 혼자 온전한 섬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어차피 하늘과 땅을 모두 짊어지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즐겁고 좋았던 일일랑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궂은 일 속상했던 일일랑 바람처럼 구름처럼 훨훨 털어버리고 흐르는 강물에 띄워 시원스럽게 흘러 보내자.

세상사 마음먹기 하나에 달린 거라고 했다. 아무리 용을 써 봤자 100년도 살지 못할 인생인데 이승의 연을 그리 가볍게 여겨서야 되겠는가.

새해에는 새 마음이 새 둥지틀 마련해야 하겠다. 속을 비워 겸허하고 은인자중하는 마음으로 한 살 더 철든 모습으로… 마음이 새롭게 새둥지를 틀면 만사형통할 것이다.

편 가르기와 싸움, 집단이기주의는 버리고 우리 다 같이 뜻을 모아 희망의 돛을 올리자. 나라와 당신과 나의 영광스런 내일을 위하여.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뜰 테니까.


정영휘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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