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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PS46 2학년 빅토리아 정 양

2010-01-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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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돕고나면 행복해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느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현대 사회가 자기중심적인 물질만능주의로 변해가면서 생활에 지쳐 이런 기쁨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것.그러나 고작 7살의 어린 나이로 누군가를 도우며 느끼는 행복의 크기를 이미 맛보고 살아가는 소녀가 있다.
PS 46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빅토리아 정(7) 양이 그 주인공이다.
6살 때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25센트씩 받은 푼돈을 모아 유엔 산하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 매달 5달러씩을 전달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 한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 아동이 겪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대한 소식을 듣고 2009년 11월11일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 정부 차원의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호소문에 대해 대한민국 법무부는 1월4일 직접 답신을 보내 정양의 관심에 감사를 표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했다.“한국말을 잘 몰라 엄마의 통역을 통해 전해 들었지만 저와 비슷한 나이의 어린 아이가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고통을 받는 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마음이 너무 기쁩니다.”물론 미국 사회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봉사를 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필요성에 의해 그 의미를 결연한 채 봉사시간만을 채우기 위해 이 같은 선행을 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그 같은 의미에서 정양의 봉사는 자발성이 뒷받침 된 행복이라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정양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뉴욕시의원 본선거가 있던 날이다.당시 제19지구 뉴욕시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케빈 김 후보의 최연소 자원봉사자가 바로 그였다. 선거 당일 새벽부터 나와 선대본부에서 다른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고 점심시간에는 고사리 손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보낼 도시락에 젓가락을 챙겨 넣어주고 있던 어린 자원봉사자였다. 저녁 11시가 다 된 개표결과 발표까지 현장을 지키며 김 후보가 석패했을 때 누구보
다 아쉬워했던 사람도 바로 정양이었다. 7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이 같이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어머니 에스더 정 제26학군 교육위원의 영향이 컸음을 무시할 수 없다.

가족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대화를 통한 철저한 열린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육위원은 “4살 때부터 아이에게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연필을 깎거나 쓰레기통을 치우는 일 등을 통해 용돈을 주었습니다. 또한 세상을 도와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고 함께 토론을 하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고 말했다. 영재 반에 속한 뛰어나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드라마 클럽과 합창단 등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인 정양. 인종과 피부색깔을 뛰어넘어 모든 아이들과 함께 잘 어울리며 어떤 학생보다 매너(?)가 좋다고 평가 받은 어린 숙녀. 나이에 비해 성숙하지만 커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소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그를 보며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윤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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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정 양이 조두순 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과 법무부로부터 받은 편지를 함께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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